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27

한겨울 눈 속에서 세 번이나 피는 꽃이 있다. 강렬한 붉은빛으로 나무에서는 예쁘장하고도 또렷하게 피었다가 질 때는 처연하리만큼 송이째 툭 떨어져 땅에서도 쉽게 시들지 않는 꽃, 동백이라. 이렇게 두 번 핀 동백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피게 되는데, 함께 한 그대의 눈에 음영처럼 비치거나 또는 내 가슴에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아 세 번 피는 격이다. 설경을 물들이는 붉은 꽃 동백의 이야기다.

동백(Camellia, 冬柏)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인데 다른 꽃들이 모두 지고 난 추운 겨울에 홀로 피어 사랑을 듬뿍 받는 꽃이다. 겨울이라 꽃가루받이를 도와 줄 곤충이 없다 보니 향기보다는 선명한 꽃 색깔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한다.

주로 섬이나 바닷가에서 많이 자라는 동백은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10m 내외로 자라며, 줄기 밑동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관목처럼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잎은 가죽처럼 두껍고 표면은 광택이 나는 짙은 녹색이다.

산다화(山茶花)라 불릴 정도로 차 맛이 좋기로 소문난 동백은 꽃잎을 활용하는데 은은한 향기와 더불어 발그레한 빛깔이 일품이다. 꽃은 겨울에 핀다고 해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10월경에 열매가 익으면 벌어지면서 씨앗이 빠진다.

꽃 색은 주로 붉은색인데 흰색, 분홍색 등 원예품종이 관상용으로 개량됐다. 개량된 원예품종은 꽃 색과 모양, 꽃잎 개수와 크기 등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애기동백은 동백보다 나무의 키가 작아 붙여진 이름인데 동백꽃은 반쯤 핀 게 만개한 꽃이지만 애기동백꽃은 완전히 다 펴진다. 그뿐만 아니라, 꽃이 질 때도 각기 다른 모습인데 동백꽃은 통째로 떨어지지만 애기동백꽃은 꽃잎이 낱장으로 떨군다. 그 외 장미를 듬뿍 닮은 로즈동백과 향기가 고운 향기동백, 동백 같지 않은 삼색 또는 오색동백도 있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포인트가 될만한 곳에 군데군데 동백을 심어 입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곤 하는데, 아쉽게도 남부 수종이다 보니 중부에선 울창한 나무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추위에도 웬만큼 견디며 어느 정도 추위를 겪어야 꽃도 아름답기에 겨울나기에 신경을 쓴다면 중부에서도 충분히 관상수로 한몫할 수 있겠다.

동백을 볼만한 지역으로는 여러 곳이 있으나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 숲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제주에는 동백을 의미하는 정원 ‘카멜리아 힐’이 있는데 아주 많은 애기동백을 심어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그렇듯 우리 삶도 젊었을 때만 활짝 피는 게 아니다.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많은 관리사무소장에게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꽃이다.

사진 출처: 블로그 ‘여수 터링지도사’, ‘숨바꼭질’, ‘산사에서의 풍경소리’

※ 관리 포인트
- 습기가 있으면서도 물 빠짐이 잘되는 산성 토양에 심는다.
- 습도에 민감하고 곰팡이 질병에 취약해 물 빠짐이 잘 안될 때 뿌리가 썩을 수 있다.
- 흙에 유기물이 풍부해야 하므로 퇴비를 많이 쓰면 좋다.
- 너무 차가운 바람이나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는 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
- 생장 속도는 느리지만, 공해나 소금기에 강해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므로 가지치기를 많이 해도 잘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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