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29

점심을 먹고 단지 옆 개울을 따라 산책을 나선다. 햇살은 등살에 퍼져 따사롭지만, 손은 아직 곱다. 꽃이 피기에는 아직 철이 이르다는 얘기다. 봄바람에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주위를 둘러봐도 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향기에 이끌려 발길 멈춘 곳. 거기에는 작은 꽃을 별처럼 달고 있는 회양목이 있었다.

아직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날 회양목은 서둘러 꽃을 피운다. 연한 녹황색 빛깔에 꽃잎도 없이 손톱만 한 꽃을 피워대니 화려한 다른 꽃들처럼 누가 알아줄 리가 없다. 이처럼 회양목꽃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작다. 하지만 회양목은 봄맞이 선수다. 복수초가 새봄을 알리고 매화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회양목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는데,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같이 무수히 많다.

다양한 회양목 식재
다양한 회양목 식재

회양목(淮楊木, Korean boxwood)은 회양목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으로 손톱만 한 크기에 도톰한 잎사귀가 사시사철 달리는 늘푸른나무다. 강원도 회양 지방에서 많이 자랐기에 붙여진 이름인데, 성장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맹아력이 좋다 보니 이리저리 잘라서 어떤 모양이라도 만들 수 있게끔 금세 가지를 촘촘하게 채운다. 넓은 잔디밭의 가장자리나 고급 주택의 오솔길을 보기 좋게 장식하는 나무로도 으뜸이지 싶다.

물론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 이곳저곳에서도 회양목을 만날 수 있다. 화단의 경계에 줄지어 심거나 휑한 큰키나무 아래를 장식하거나 암석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조경에도 사용한다. 그리고 다양한 목적의 공원, 가로 화단, 크고 작은 정원 등 여러형태의 휴식 공간에 어김없이 쓰이고 있다. 글자 모양을 만들 때도 쓰이는데, 정형 화단에도 빠질 수 없는 나무다. 말 그대로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다.

회양목은 나무 모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타고난 생명력이 강해 산에 자생하다 보니 절이나 서원, 양반집 마당에 예부터 널리 외대(獨立樹)로 심고 가꿨다. 흔히 보는 회양목은 키가 2~3m가 고작이며, 100년을 자라도 팔뚝 굵기를 넘기기 어렵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459호로 지정된 경기 여주시 영릉의 회양목은 나이 300년, 키 4.7m, 줄기 둘레 63㎝로 우리나라 회양목 중 으뜸이다.

회양목 열매
회양목 열매

겨울철엔 추위를 타느라 더러 잎이 붉게 변하기도 하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회양목의 열매는 뿔이 세 개 달렸는데 열매가 익으면서 꼬투리가 벌어지고 씨방도 삼등분돼 갈라진다. 그런데 그 씨방 생김새가 부엉이를 똑 닮았다. 비슷한 것으로는 잎이 좁고 긴 것은 긴잎회양목, 잎에 털이 없고 좀 얇은 것은 좀회양목, 남쪽 섬 지방에는 회양목보다 잎이 좀 크고 윤기가 흐르는 섬회양목이 자란다.

회양목 씨앗주머니
회양목 씨앗주머니
회양목 꽃
회양목 꽃

 

※ 관리 포인트
- 번식은 씨를 7월에 채취해 곧바로 파종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한다.
-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잘 자라며 추위와 공해에 견디는 힘도 강하다.
- 옮겨심기도 강해 어디서나 잘 자라지만 강한 산성토양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습기가 있는 곳이나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 이른 봄 명나방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거미줄을 치면 피해가 심해 고사할 수 있으니, 초기에 살충제(디프테렉스)를 뿌려준다.
- 큰광대노린재, 깍지벌레, 잎마름병에 걸리면 하얗게 말라죽을 수 있으니 미리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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