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22

단풍잎 우수수 떨어져 뒹굴던 아파트 단지 풍경도 며칠 가지 못하고 말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은빛 억새가 이따금 바람에 일렁일 뿐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의 나무들은 죄다 옷을 벗었다. 늘푸른나무는 한여름 초롱초롱한 기운은 간데없고 삭풍을 견디기 위해 겨울잠에 들어가 검어 퉤퉤 해진 초록 눈만 깜박인다.

그런 삭막하고 보잘것없는 단지에 온통 빨간 잎과 열매를 달고 있다면 얼마나 예쁠까! 바로 남천이다. 가지는 여리여리한데 탐스러운 열매를 줄기마다 매달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특히 복을 가져다준다고 전해져 많이 심는 나무 중 하나다.

남천(南天)은 중국 남부와 인도가 원산지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수로 많이 심는 늘 푸른 떨기나무다. 줄기가 모여나기 하며, 성질이 강하고 곧게 자라 꼭지 부근에 주로 잎이 달린다. 그래서 중국 이름은 ‘남천 대나무(南天竹)’이며, 영어 이름(Heavenly bamboo)도 ‘신성한 대나무’란 뜻이다.

잎자루가 세 번이나 갈라지는 3회 깃꼴겹잎이 특이하며, 초여름 날, 가지 끝에 한 뼘이 훨씬 넘는 원뿔 모양의 긴 꽃대를 위로 내민다. 초록 잎을 바탕으로 하얀 꽃이 줄줄이 피고, 굵은 콩알만 한 열매는 늦가을에 붉게 익어 다음 해 봄까지 달려 있다.

봄에는 여린 연둣빛 새순을 올려 주고, 여름에는 푸른 잎과 하늘거리는 하얀 꽃을,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가는 줄기와 잎을, 겨울이 깊어가면 더욱 단단하고 붉은 열매로 성탄 분위기까지 자아내는 나무다. 종종 빨간색 열매 외에 오렌지색이나 흰색 열매를 볼 수 있는데, 섞어 심어도 좋다.

이런 독특한 생김새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하지만, 남천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겨울의 붉은 잎이다. 남천은 늘 푸른 넓은잎나무이니 단풍이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지만, 잎 모양은 영락없는 붉은 단풍이다. 집단으로 심어 놓은 남천의 붉은 잎은 겨울 풍경의 삭막함을 씻어주는 악센트다.

남천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신사임당(1504~ 1551)의 ‘화조도(花鳥圖)’에 남천으로 짐작되는 그림이 등장하므로 적어도 16세기 이전에 중국에서 가져와 심고 가꾼 것으로 짐작된다.

남천은 매자나뭇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관목으로 이식성이 좋아 정원수와 조경수로 적합하며, 종자는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물이 잘 빠지는 반그늘 흙에서 잘 자란다.

※ 관리 포인트
- 번식은 실생(종자 파종) 및 무성생식(꺾꽂이)으로 한다.
- 강한 햇빛을 좋아하지만,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
- 물은 겉흙이 마르면 흠뻑 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시기에도 충분히 준다.
- 뿌리의 번식이 왕성하고 강해서 화분은 되도록 큰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새순이 나오기 전에 가지치기하면 나무의 모양을 예쁘게 만들 수 있다.
- 실내에서는 깍지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통풍을 잘 시켜 주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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