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춘천의 풍경에는 생명력이 담긴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하얗게 눈으로 덮였던 북한강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초록의 잎과 색색의 꽃이 피어 수묵화 같던 흑백의 풍경은 수채화처럼 바뀐다. 4월이 되면 곳곳에서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로맨틱한 감성을 더한다. 북한강을 따라 놓인 옛 경춘선 철로를 레일바이크로 달리는 것은 북한강의 봄풍경을 온전히 느끼는 방법이다.강촌 레일파크는 1939년에 처음 개통돼 2010년 전철화된 새로운 경춘선 철도가 생기기 전까지 사용되었던 옛 경춘선 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다. 경춘선은 수십 년 동안
영산강은 담양의 가마골 용소에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등을 거쳐 목포에서 바다로 흘러든다. 남도의 구석구석을 지나는 셈이다. 하지만 강의 이름은 나주 영산포에서 기인한다. 영산포라는 이름은 신안 흑산도 동쪽 섬 영산도에서 왔다는 말이 있다. 고려 시대 영산도에 왜구의 노략질이 잦자 섬사람들을 내륙으로 이주해 살게 했다. 그들이 사는 나주의 강변 동네를 영산도 사람들이 사는 포구라 해 영산포라 불렀다. 나주 영산포는 바다까지 뱃길로 이어지는 교역의 중추라 자연스레 강의 이름 역시 영산포를 따서 영산강이 됐다 전한다.유채꽃은 영산교 상류
바깥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이상향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언덕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도원결의(桃園結義),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렸다는 꿈속의 낙원 몽유도원도(夢遊桃原圖). 이 세 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뭘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짐작했을 터,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복사나무 얘기다. 봄이 잰걸음으로 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예년 같으면 사월 중순에나 피던 복사꽃도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트리며 입주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장미과(科)에 속하는 복사나무(peach tree, 桃, 복숭아나무)는
영천의 자연은 언제나 옳다.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보현산천문대를 보유한 청정 도시, 영천에는 맑고 푸른 금호강이 넉넉히 흐른다. 벚꽃, 복사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너도나도 영천의 강변으로 모여든다. 꽃향기 머금은 강바람을 즐기며 물멍에 빠지거나 벚꽃길 따라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걷거나 무얼 하든 찬란한 4월을 만나게 될 것이다.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IC를 빠져나와 포은로를 달리다 보면 곧 자호천과 만난다. 자호천은 보현산 골짜기에서 흘러나와 영천댐에 몸을 담근 다음 영천 시내를 지나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강이다. 전체 길이는 23km,
‘히어리’. 영어 같기도 불어 같기도 한 이 이름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1960년대 초 식물조사단이 순천 일대를 훑고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의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에서 찾았다는 것이 믿을만한 이야기다. 그때 들었던 ‘뒷동산 히어리에 단풍 들면 우리네 한해살이도 끝이로구나’라는 노랫말이었는데, 일본인 식물학자가 붙인 이름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를 가리켜 히어리라 불렀던 것이다. 송광사 가까운 데서 발견한 밀랍 같은 꽃, 송광납판화가 순우리말 히어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따사로운 햇살과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겨울잠 자는 수목들을 간지
봄은 세상을 순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단단한 얼음을 사르르 녹이고 겨울눈이 꼭꼭 숨겨둔 꽃봉오리의 고개를 들게 한다. 혹한을 밀어내고 고요히 찾아오는 봄은 분명 강하다. 깊은 잠을 떨치려 기지개를 켜듯 추위에 접어둔 여행 욕심을 깨우러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나선 길에서 이왕이면 봄볕에 비친 윤슬이라도 본다면 활짝 얼굴 내민 꽃이 선물하는 향기라도 맡는다면 더없이 행복할 테다. 육지 깊숙한 곳까지 흐르는 바닷물과 그 위로 보석처럼 뿌려진 꽃길을 볼 수 있는 그린웨이로 향한 이유다.그린웨이는 시흥시를 대표하는 자전거길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느껴보자. 강원 강릉시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자전거길이 있다. 잔잔한 호수와 든든한 백두대간을 보며 달리는 경포호둘레길(약 4.3km)이다.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명승)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로 오르막길이 거의 없는 평지라 안전하고 자전거 대여소가 많아 이용하기 편하다. 곳곳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고 한 방향으로 이용하도록 바닥에 표시해 위험을 방지한다.경포호 라이딩 코스는 스카이베이호텔 경포에서 경포호수광장, 경포가시연습지, 강릉3·1
삼월이다. 아직 봄을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얼음장 밑에서도 물은 흐르고 눈 덮인 들판에서도 움은 트고 있으니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머지않아 봄꽃들로 꽃 대궐을 이룰 듯싶다. 목련은 벌써 꽃눈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졌고 가지 끝 매화나무도 강냉이 튀밥 마냥 꽃눈이 불거졌다. 오늘의 주인공인 미선나무 또한 금방이라도 왈츠 선율에 몸을 맡길 기세다.이른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선화후엽(先花後葉) 수종은 미선나무 말고도 봄을 마중하는 풍년화, 히어리, 매화나무, 산수유가 있고, 개나리, 진달래와 더
동광극장 고재서 대표가 손가락을 들어 사진 한 장을 가리킨다. “저건 1967년일 거야. 〈학사 며느리〉 포스터가 걸려 있잖아요. 그때 개봉한 영화니까.” 사진 속 동광극장 앞은 얼핏 봐도 1960~1970년대 번화가다. 극장 간판에 그림 포스터가 걸렸다. ‘미술부장’으로 불리던 간판화가가 그렸을 것이다. 배우들이 매니저 없이 활동하던 시절인데, 간판에 크게 나오기 위해 간판화가에게 밥이나 술을 사기도 했다.동광극장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래서 예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등에 자주 등장한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는 푸르름으로 우리 곁을 지켜주는 나무들이 있다. 같은 늘푸른나무라지만 회양목이나 측백나무의 잎은 겨울철 계절에 따른 생리현상으로 인해 황토색이 되기도 하고, 어떤 건 생기를 잃은 듯 누렇게 변해 안쓰럽기까지 하다.하지만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독야청청 늘 푸름을 자랑하는 송(松)과 백(柏) 두 벗이 나란히 버티고 있으니 이 계절이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다. 서로를 바라보며 힘이 돼주기 때문이다.소나뭇과에 속하는 스트로브잣나무(Pinus strobus, White pine)는 높이가 30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건설·건축·인테리어 전문 전시회 ‘2024 코리아빌드위크’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21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다. 다음은 전시회 이모저모.
2024년은 용의 해다.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고장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 있는 회룡포(명승)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근에 비룡산과 용문사 등 이름에 ‘용’을 포함한 명소도 여럿이다. 새해를 맞아 용의 기운을 듬뿍 받으러 예천으로 떠나보자.회룡포는 내성천이 마을을 휘돌아 흐르면서 형성된 곳으로,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전경을 보여준다. 평화로운 마을과 아름다운 풍광을 찾는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
전남 고흥군 용암마을의 영남용바위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이 있다. 옛날 이곳에서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단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다.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그 전설의 흔적인 영남용바위가 있다. 널따란 반석을 따라 조심스레 들어가다 보면 용이 승천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풍경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누군가 해동용궁사를 찾는다면 이렇게 귀띔하고 싶다. 정성스레 고른 소원 하나를 품고, 동이 트기 전 부지런히 사찰로 향하라고. 전각과 불상, 탑 등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특별하고 그 여운이 묵직하다. 해동용궁사는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로,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 한다. 해돋이 후 사찰을 유유자적 둘러보는 시간은 덤이다. 곧 관광객이 물밀 듯 몰려올 테니! 수려한 풍경 덕에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데, 반 이상이 외국인
큰꿩의비름, 은꿩의다리, 꿩의바람꽃, 매발톱, 봄까치꽃, 제비꽃, 큰제비고깔, 뻐꾹나리, 닭의장풀···. 모두 야생화 이름들로 우리가 산과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꿩과 매, 까치, 제비, 뻐꾸기 등 새와 관련이 깊은 흥미로운 이름들이다. 오늘 만나볼 가막살나무 또한 덜꿩나무와 더불어 까마귀와 꿩이라는 친숙한 새와 관련이 있는데 이렇게 식물의 이름에 우리의 삶과 밀접한 새들이 등장하는 걸 보면 재밌기도 하고 잘 지었다는 생각도 든다. 민화나 수묵화에서도 즐겨보던 새들이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대목이다.늘푸른나무를 제외한 겨울철 조경
푸른 바다와 푸른 숲, 푸른 하늘까지 울진의 매력은 온통 푸른색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같은 푸른색이 없다. 같은 바다라도 날마다 푸른빛의 깊이가 다르다. 울진이 품은 다채로운 푸른색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등기산스카이워크다.지난 2018년에 첫선을 보인 등기산스카이워크는 총 길이 135m로 당시 국내 최장 스카이워크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자체의 스카이워크 설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이틀을 빼앗긴 지 오래다. 등기산스카이워크를 찾아가는 길, 멀리서 존재감을 뽐내는 구조물은 높이 20m로 우뚝 솟아 올려다보기만
안산 시화방조제 가운데 우뚝 선 달전망대는 달이 수놓은 그림이다. 달을 모티프로 만든 공간으로, 달이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풍경이 바뀐다. 작은가리섬에는 이루나타워의 달전망대, 시화나래휴게소, 시화나래조력공원, 시화나래조력문화관이 모여 대부도로 직행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시화나래는 ‘훨훨 날개를 펼치듯 널리 알려지고 솟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시화호 주변 관광자원을 아우르는 이름이다.먼저 달전망대로 가자. 주말이면 타워 바깥으로 탑승 대기 줄이 이어질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중심 기둥은 노출 콘크리트로 매끈한 직사각형이고 꼭대
늦가을 곱던 단풍이 낙엽 돼 사라지고, 아직 무성하던 푸른 잎들도 된서리에 맥을 못 추기는 매한가지. 헤어지기 아쉬운 듯 온기 없는 이파리는 가지를 부여잡고 있지만 삭풍 한 자락이면 금세라도 떨어질 듯 힘겨워 보인다. 이렇듯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풍경은 나무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인데 단풍잎 떨군 채 긴 열매 자루에 자잘한 열매를 수백, 수천 개씩 달고 있는 팥배나무의 붉은 열매가 창공을 화폭 삼아 선명하다. 지금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단지의 그림이다.팥배나무는 팥과 배, 두 개의 열매를 합쳐놓은 이름으로 열매는 붉은팥을 닮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昌德宮)은 조선시대 다른 궁궐과 다른 모습을 지녔는데 이를 통해 도심 속 자연친화적인 전통 조경 조성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창덕궁은 입지 선정은 전통적인 풍수지리사상을 택했으나 건축물은 유교적인 이념에 따른 상징적 기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국인 경복궁(景福宮)은 평탄 지형 위 남북 일직선 중심축을 기준으로 한 배치한 것에 반해 창덕궁은 궁궐 서남쪽 모퉁이의 정문(돈화문) 진입로에서 직각으로 두 차례 방향을 틀어야 정전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특히 정원적 특징은 다른 궁궐들과 다르
수확의 계절은 더불어 상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결실의 계절이 지나면 스산한 바람과 함께 한 해 동안 꽃피고 열매 맺었던 나무는 홀연히 이파리를 떠나보내는데, 씨앗이라는 후대를 잘 키워 남겨뒀으니 미련 따윈 없어 보인다.요즘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울긋불긋 짧은 하루를 뒤로한 채, 늦가을 황금빛으로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은행나무가 있어 그나마 쓸쓸함이 덜하다. 가을이 가는 소리가 단풍이라는 빛깔에 투영돼 마음에 머물기 때문이리라.은행나무(Ginkgo biloba, 銀杏木, 公孫樹)는 암수딴그루로 키가 60여m까지 자라는 갈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