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28

매화 옛 등걸에 봄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도 하다 마는
춘설(春雪)이 하 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조선시대의 가사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려 있는 매화타령의 첫머리로 늙음을 한탄한 노래다. 매화는 이처럼 동장군이 채 물러가지 않은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 가을은 북쪽부터 아래로 차츰 내려오지만, 봄은 멀리 남녘에서 소리 없이 섬진강을 따라 올라온다. 마치 언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듯 시나브로···. 그렇게 봄을 알리는 매화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품격있는 우리네 꽃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겨울 영하 20도 가까운 한파가 몰아칠 땐 세상의 생명력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고 고고한 자태의 매화는 다시 우리 곁을 찾았다. 바야흐로 봄이다.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매화 향기가 벌을 불러 모으고 입주민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렇게 봄은 또다시 화사한 문을 활짝 열었다.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로 통함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 절개와 지조는 군자가 으뜸으로 치는 덕목일지니 그렇듯 매화는 한평생 추위 속에 살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고 해, 시인 묵객의 소재로서 예부터 선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매화나무(Japanese Apricot, 梅)는 장미과에 딸린 낙엽 활엽 소교목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키가 6m 정도 자란다. 쓰임에 따라 매실 수확을 목적으로 심는 실매(實梅)와 꽃을 보기 위한 화매(花梅)로 나뉘는데, 그에 따라 매실나무와 매화나무 양쪽을 다 쓴다.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하얀 꽃이 피는 백매와 붉은빛의 홍매를 기본으로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푸르스름한 청매도 있고 연한 분홍 꽃도 있으며 지리산 화엄사 것은 흑매 또는 화엄매(제485호, 수령 450년)라 부를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는데 붉은빛이 깊고 화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는 천연기념물(제488호, 수령 600년)로 지정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으니 한 번쯤 마주할 일이다.

능수매화
능수매화

매화나무는 관상용으로 그 가치가 크므로 정원수로 널리 사용하며 분재로도 인기가 높다. 꽃은 홑꽃이 기본이나 겹꽃도 종종 볼 수 있으며, 능수버들처럼 아래로 축 늘어진 능수매화도 볼품 있다. 매화와 살구나무꽃은 닮은 데가 많아 구별이 쉽지 않다. 꽃이 폈을 때 꽃받침이 꽃잎을 받치고 붙어 있으면 매화이고, 반면 꽃받침이 꽃잎과 떨어져 뒤로 젖혀져 있으면 살구꽃이다.

매화 꽃받침
매화 꽃받침

※ 관리 포인트
- 추위에 강한 편으로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지만, 꽃이 피면 반음지도 괜찮다.
- 물 빠짐이 잘 되는 곳이 좋으며, 꽃이 폈을 때는 평소보다 물을 더 준다.
- 매화같이 전년도 가지에서 꽃이 피는 나무는 꽃이 진 다음에 가지치기하는 게 좋다.
- 뿌리가 얕게 뻗으므로 건조에 약한 편이다.
- 내염성이 약한 편이어서 해안지방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 번식은 종자번식과 접목을 이용하지만, 종자 파종으로 얻은 묘목은 좀처럼 개화하지 않으므로 절접(切接)으로 증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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