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8

한겨울 추윌랑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푸른 잎 곧추세우고 늠름하게 살아가는 나무들 말이다. 키가 큰 소나무와 향나무, 주목, 잣나무류 말고도 자그마한 사철나무도 있고 무릎높이의 회양목도 있는데, 겨울철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책임져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중 이름값 톡톡히 하면서 제 역할 다하는 측백나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측백나뭇과에 속하는 바늘잎 큰키나무의 측백나무(側柏, Thuja orientalis)는 편백, 화백과 더불어 늘푸른나무로서 조경수로 널리 심는다.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를 살펴보면 큰길가와 접한 건물 사이에 사람 키 높이 정도의 둔덕을 만들어 측백나무를 빼곡하게 심은 걸 볼 수 있는데, 소음을 막아주는 방음벽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주거 공간의 사생활도 보호해 준다. 거기다 강한 바람까지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잎

측백나무의 잎을 자세히 보면 잎이 편평하고 옆으로 향한다. 그래서 측면으로 서 있는 나무라는 뜻의 ‘측백’으로 이름 붙여졌다. 다 자라면 키가 20m에 이르며 잎은 비늘 모양이다.

암꽃
암꽃
수꽃
수꽃

암수한그루로 별처럼 생긴 연녹색 암꽃과 가지 끝에 달리는 수꽃이 봄에 피며, 도깨비방망이 같은 열매는 가을에 황갈색으로 익어 벌어진다.

열매
열매

쓰임새를 보면 맹아력이 강하고 자라는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잎이 빼곡하다 보니 산울타리나 방풍림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의 배연창이나 화장실 출입구, 전력 인입 설비, 재활용수거장 등 단지에서 미관상 가려주면 좋을 만한 곳에 심어 제 역할을 다한다.

특히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하는 둥근측백이나 서양측백, 황금측백은 포인트가 될 만한 곳에 줄지어 심거나 네댓 그루 모아심기 또는 홀로 심어 조경미를 한껏 더한다.

유사 종으로는 밑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빗자루처럼 생긴 천지백, 높은 산꼭대기 부근에서 자라는 눈측백, 주간이 없고 밑둥치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나와 전체가 원뿔 모양을 이룬 둥근측백, 조경수로 가장 많이 심는 서양측백과 작은 키에 노란빛 머금은 황금측백나무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인 대구 동구 도동측백나무숲은 바위산 절벽에 수천 그루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젊은 시절 공부하던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생각난다. 커다란 낙우송과 함께 조경이 무척 잘된 한적한 곳에 우리 학과만의 단독건물이라 자부심이 대단했던 일명 ‘White House’라 부른 건물 말이다. 기억 저편으로 그때 배운 측백나무 삼형제 구별법이 떠오른다. 잎 뒷면의 기공조선(氣孔條線: 잎이 숨 쉬는 부분으로 잎 뒷면에 흰 선으로 나타남) 이 W자면 측백, Y자면 편백, V자면 화백으로···.

씨앗
씨앗

※ 관리 포인트
- 추위와 건조에 견디는 힘은 강하나 바람에는 약하다.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도 강하다.
- 볕 잘 드는 사질양토에서 잘 자라며 거름기가 많은 땅이면 그늘에서도 견딘다.
- 한데서 겨울을 나고 자라며, 가뭄과 척박한 환경을 잘 견디고 옮겨심기가 쉽다.
- 번식 방법은 씨가 덜 익은 9~10월에 따서 바로 심거나 이듬해 봄에 심는다. 꺾꽂이는 여름에 건조하지 않고 배수가 좋은 밭 흙이나 진흙에 한다.
- 옮겨심기는 봄에 싹트기 전과 가을이 좋으며, 지상부가 무겁고 뿌리가 얕으므로 뿌리내려 살 때까지 강한 바람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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