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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공용부분 파손과 관리주체 책임, 치열하게 다툴 수 없나

기사승인 [1364호] 2021.11.09  08: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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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일전에 알고 지내던 관리사무소장의 연락을 받은 일이 있다. 관리하던 단지의 세대와 소송에 휘말렸는데, 처음에는 간단히 생각해 직접 대응했다고 한다. 그런데 판사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찾아왔다는 것이다.

사건은 관리사무소장이 관리비를 독촉하며 시작됐다. 관리비 체납이 심각한 세대여서 결국 지급명령을 신청하게 됐는데 해당 세대는 이의를 제기했고, 독촉절차는 소송절차로 전환됐다. 이 소송에서 해당 세대는 체납한 관리비를 모두 공제하고도 자신이 오히려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면서 반소를 제기했다.

반소의 내용은 공용부분인 배관이 막혀 자신의 집으로 하수가 역류했고, 이로 인해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니 보수비용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해당 세대는 1층 세대인데 공용부인 지하층에 설치된 배관이 막혀 있어 역류가 발생했고, 해당 배관은 공용부분이니 관리주체의 책임이라는 주장이었다. 체납된 관리비가 약 400만원이나 됐는데 세대가 주장하는 보수비용은 1500만원이 넘었다. 역류 피해의 규모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던가, 역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시기가 오래 전이라 믿음이 가지 않는다던가 그런 문제는 사실 부차적인 것이었다. 관리주체 입장에서는 역류 피해에 대해 한 푼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의 핵심은 막혀 있던 배관이 공용부분인지 여부였다.

배관이 공용부분인지, 전유부분인지 여부는 일응 정립된 기준이 있다. 통상 단독 세대가 사용하는 배관은 전유부분이고, 2세대 이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배관은 공용부분인 것이다. 해당 배관이 공용부인 지하층에 설치돼 있다고 해서 배관이 모두 공용부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1심만 총 9회의 변론기일이 진행됐고, 원·피고 양측에서 증인신문까지 거치며 소를 제기한 지 약 1년 만에 판결이 선고됐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한 1층 세대의 항소로 2심까지 진행됐고, 2심에서는 문제 된 배관이 공용부분인지 가리겠다면서 감정까지 진행됐다. 결국 2심도 열 번이 넘는 변론기일을 거쳐 1년 3개월 만에 관리주체의 최종 승소로 끝이 났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잘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다. 간혹 1심 법정에서 마주한 판사의 얼굴이 떠오를 때도 있다. 관리사무소장이 왜 판사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했는지 일순 이해가 됐던 순간과 함께 말이다. 입주자대표회장까지 역임했다면서도 관리비가 수 백만원이 되도록 체납한 피고의 뻔뻔한 태도와 말투도 기억난다. 소송은 생물 같아서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일도 많은데 간단하게 생각했던 사건에서 증인신문과 법원 감정까지 진행하며 치열하게 싸웠고 결국 승리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공용부분인 수도계량기 파손으로 아래층 세대에 발생한 누수 피해는 관리주체의 책임이라는 판결이 선고됐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7. 16. 선고 2020나50253 판결). 복도식 아파트였던 터라 각 세대의 수도 계량기는 출입문 밖 복도 외벽의 수도계량기함 내에 설치돼 있었는데 어떤 이유였는지 수도계량기 본체가 파손된 것이다. 이로 인해 누수가 발생했고, 아래층 세대의 각 방과 거실 천장이 젖고, 물이 흘러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용부분의 관리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관리주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위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계량기까지는 공용부분이라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에 공용부분에 대한 1차적 관리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관리주체의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관리주체는 아파트 상수도를 관할하는 서부수도사업소의 민원회신 내용을 거론하면서 수도사용자의 책임일 뿐 관리주체의 책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다퉜지만 법원은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수도계량기 본체를 명시적으로 공용부분으로 규정한 이상 이를 배제하고 관리주체의 책임을 부정할 만한 법적 준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관리주체는 공동주택의 공용부분 유지·보수 및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문제로 피해가 생기면 공용부분을 관리하는 관리주체의 책임 여부가 문제 되기 마련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수도계량기는 관리규약에 따르면 공용부분에 해당한다. 이 판결은 공용부분인 계량기 파손으로 인해 누수 피해가 생겼으니 공용부분 관리 책임이 있는 관리주체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언제나 관리주체에게 있는가? 그렇지 않다. 관리주체라고 해서 무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므로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살펴야 한다. 이런 사건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다. 해당 사고가 관리주체의 책임 범위인 공용부분에서 발생한 것인지, 만약 공용부분이라면 관리주체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지 말이다. 이 사건에서 수도계량기가 관리주체의 책임 범위인 공용부분에 해당한다는 점은 다툴 수 없으니 남은 쟁점은 관리주체의 귀책사유 여부였을 것이다. 수도계량기가 파손된 원인과 누수 피해가 발생한 과정에서 관리주체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를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았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미란 aptnews@aptn.co.kr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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