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판결

R형 복합식 수신기 작동 안 해
제때 대피하지 못하게 한 책임
새 소방안전관리자 미선임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오피스텔 소방안전관리자 사임 후 새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고 소방시설 정상 작동 유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일으킨 관리자와 소방시설관리대행업체 관계자 등이 각각 벌금형과 금고형 등을 받게 됐다.

울산지방법원(판사 정현수)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및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피스텔 관리자 A씨에 대해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하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소방시설유지관리자 B씨에게는 금고 1년 2개월, A씨가 대표로 있는 C사에는 벌금 300만원 형을 선고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울산 남구 소재 D오피스텔 소유자인 C사의 대표이사이자 D오피스텔의 관리자로서, 소방시설이나 그 밖의 소방 관련 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이를 대행하는 소방시설관리대행업체가 있는 경우 이를 감독할 의무가 있다.

B씨는 2020년 5월 11일경 D오피스텔에 관해 C사와 소방시설유지·관리계약을 체결한 소방시설관리업자인 E사의 이사로서, D오피스텔의 소방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D오피스텔의 소유자인 C사의 대표이사이자 관리자로서 소방시설법에 따라 오피스텔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고, 오피스텔의 소방시설, 그 밖의 소방 관련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유지·관리하며 피고인 B씨가 D오피스텔 소방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지에 대해 감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D오피스텔 소방관리자인 F씨가 2020년 6월 30일경 사임했음에도 새로운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고, D오피스텔의 소방시설인 ‘R형 복합식 수신기’ 등이 정상 작동되는지 확인하지 않았으며, 피고인 B씨가 D오피스텔의 소방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는지에 대해 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 B씨는 소방시설 유지·관리계약에 따라 월 1회 소방시설 점검을 실시해 R형 복합식 수신기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 사람으로서, 2020년 6월경 이후 D오피스텔의 소방시설 점검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아 2020년 8월 9일경부터 위 R형 복합식 수신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의 이러한 과실은 결국 오피스텔 화재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피해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동해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인해 2020년 11월 9일 오전 4시30분경 피해자 G씨가 거주하는 D오피스텔 H호에서 주방에 있던 인덕션 좌측 후면 발열부 부분에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위 R형 복합식 수신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지구경종, 비상방송, 싸이렌, 배연창 등이 작동하지 않아 그곳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가 제때에 대피하지 못하게 해 일산화탄소 중독, 유독가스 그을음에 의한 호흡 부전 등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A씨와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았고, 또 별개로 A씨와 C사는 소방안전관리자 미선임에 따른 소방시설법 위반 책임을 지게 됐다.

“최소한의 육안 점검으로
화재 막을 수 있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에 대해 “R형 복합식 수신기가 작동정지 상태임은 최소한의 외관 육안 점검으로 쉽게 알 수 있고, 스위치를 눌러주는 것만으로 다시 원 상태로 복귀시켜 인위적인 작동정지를 막을 수 있었다”고 과실을 지적했다.

A씨는 범행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유족 측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B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D오피스텔의 소방시설 점검업무를 제대로 실시했다면 쉽게 R형 복합식 수신기를 정상 상태로 시정하고 인위적인 수신기 작동정지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과실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 발생 자체는 피고인 B씨와 무관하다고 보이나 R형 복학식 수신기가 가동되지 않은 탓에 제연설비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 무용지물이 돼 결국 피해자가 사망하기에 이르렀으므로 피고인의 죄책도 무겁다”며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점과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해 당심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방관리계약 자동 해지” 주장에
“유효함 인식하고 있었다” 지적

한편 B씨 측은 재판부에 “C사와 E사와 사이에 체결된 소방관리계약에 의하면 E사는 월 1회 D오피스텔의 소방시설을 점검할 의무가 있고, E사가 매월 점검 후 21일경 용역대금(소방시설관리비)을 청구하면 C사는 매월 말경 이를 지급해야 하며 소방시설관리비를 통보 없이 3개월 이상 연체 시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간주된다”며 “E사는 2020년 5월 21일부터 매월 21일경 C사에 소방시설관리비를 청구했으나 C사가 이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C사와의 소방관리계약은 3개월치 소방시설관리비가 연체된 2020년 7월 31일 자동 해지돼 그 후로 B씨는 C사와의 소방관리계약에 따른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D오피스텔의 R형 복합식 수신기의 작동불량은 2020년 8월 9일 이후에 발생해 B씨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소방관리계약 제6조 4에 의하면, 피고인 C사가 통보 없어 소방시설관리비를 3개월 이상 연체 시 자동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제7조 1에 의하면 소방시설관리비는 E사가 매월 점검 후 청구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E사가 월간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 소방시설관리비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한 후, “피고인 B씨는 자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2020년 5월 하순경 1회, 그해 6월 하순경 1회 소방시설점검을 했을 뿐이고, 그후에는 소방시설유지관리 수수료 미납을 이유로 소방시설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더구나 위와 같이 두 차례 점검한 것도 소방시설 자체 점검사항 등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점검표를 작성하거나 그 외에 점검기록을 작성하지도 않았고 D오피스텔에 점검결과를 알리지도 않았다. 피고인 B씨가 실시했다는 소방시설점검도 점검표에 의해 실시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D오피스텔 관리 업무를 맡은 I씨의 진술에 의하면, I씨는 2020년 5월경부터 D오피스텔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E사 측으로부터 소방점검을 하러 온다거나 하고 갔다는 연락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2020년 6월경부터의 CCTV를 확인했으나 E사에서 오피스텔에 온 것을 확인하지도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 C사가 소방시설유지관리 수수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소방관리계약이 자동해지됐다고 볼 수 없다”며 B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아울러 “설령 이 사건 소방관리계약이 2020년 7월 31일 자동해지됐다고 하더라도 자동해지 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키고 계약을 다시 부활하기로 약정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먼저 “피고인 B씨는 이 사건 소방관리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자동해지 시 관할 119 안전센터에 대한 해지 통보 규정을 이행한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 B씨는 2020년 8월 7일 소방시설관리비 독촉문자를 보낸 바 있고, 피고인 C사에 2020년 10월 21일까지 매달 소방시설관리비를 청구하는 취지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 B씨는 2020년 10월 30일 오피스텔 관리 업무를 맡은 I씨에게 6개월간 용역비가 연체 중이므로 이를 일부라도 지급하지 않으면 용역관계를 끊겠다며 전화로 통보했고, 이에 I씨는 E사에 방문해 2개월분이라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5개월분은 11월 말에서 12월까지 나눠서 주겠다고 한 후 2020년 11월 2일 2개월분 소방시설관리비를 지급했다”며 “피고인 B씨는 2020년 11월 2일 I씨에게 소방서에 제출할 서류를 요구했고, 같은 날 I씨로부터 관련 자료를 교부받았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소방관리계약은 유효했고, 피고인 B씨 역시 이 사건 이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소방관리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행동하다가 이 사건 이후에 비로소 소방관리계약서상의 자동해지 조항을 찾아 이를 근거로 자동해지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보태 보면, 이 사건 무렵 피고인 B씨는 C사와 E사의 소방관리계약이 유효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위에서 지적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피고인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죄책을 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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