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 점포 소유자들 손배 청구 ‘기각’

구분소유자들
관리규약 유효하게 인식
구분소유자 보호 등
특별한 사정 인정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상가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오랫동안 관리비를 미납한 점포에 관리규약 내용을 근거로 단전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해당 점포 소유자가 관리규약이 무효라며 단전조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관리규약이 무효라 해도 단전조치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벗어난 위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칙적으로 관리규약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단전조치는 위법하나, 법원은 구분소유자들이 관리규약을 유효하다고 인식한 점이나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성 등 특별한 사정 등을 살펴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A집합건물(이하 ‘A건물’) 지하 1층의 점포를 2분의 1 지분씩 공유하며 2008년부터 2013년 1월경까지 사우나와 헬스장을 운영한 B씨와 C씨가 이 건물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인 A건물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반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B씨와 C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건물 운영위는 2006년 8월 20일 관리규약을 제정하고 2012년 4월 16일 관리규약을 개정했다. 제정된 관리규약 제17조 제1항은 상가 건물의 소유자 등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관리비를 2회 계속 연체한 때 관리주체의 단전·단수조치와 법적 소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개정된 관리규약 제17조 제5항은 관리주체가 독촉장을 발부한 후 관리비에 포함된 사용료 등을 체납한 소유자 등에 대해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했다.

A건물 운영위는 2012년 3월 28일 B씨와 C씨를 상대로 2008년 8월 29일부터 2012년 12월 21일까지 관리비 합계 7340만여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B씨 등이 이의신청을 해 이행된 체납관리비 사건에서 “B씨와 C씨는 연대해 A건물 운영위에 2012년 8월 사용분까지 관리비 6865만여원을 지급하되, 2012년 9월 28일까지 1000만원, 2012년 10월 31일까지 5865만여원을 각 지급한다”며 “만일 B씨 등이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기한과 분할의 이익을 상실하고 미지급액 전액과 지급기한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지급한다”는 조정이 성립했다.

A건물 운영위는 2012년 11월 28일부터 2013년 1월 24일까지 B씨 등에게 9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 내용은 조정조서에 따라 B씨 등이 2012년 10월 31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관리비 5865만여원과 그 지연손해금,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해당 점포에 단전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B씨 등이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아 운영위는 2013년 1월 30일 B씨 등의 점포에 단전조치를 했다. 운영위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B씨 등에 부과한 관리비는 합계 9633만여원이다.

운영위는 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했다가 2심에서 본소를 취하했다. B씨 등은 단전조치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대법원 제3부는 단전조치의 적법 여부와 관련해 먼저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의 단전조치에 관해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없거나 규약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단전조치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며 “다만 관리주체나 구분소유자 등이 규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규약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했는지,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법리를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관리규약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관리단집회의 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제정·개정돼 무효이나, 단전조치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B씨 등의 반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 재판부는 이 같은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의 근거가 된 사정으로 먼저 B씨 등이 2008년 8월경부터 단전조치가 있을 때까지 장기간 수천만원의 관리비를 체납했고, 운영위는 B씨 등을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등 관리비를 지급받기 위해 오랜 기간 여러 방안을 강구했으나 B씨 등은 조정이 성립한 다음에도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B씨는 2012년 12월 28일 운영위와 2013년 1월 28일까지 관리비를 납부하기로 합의해놓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B씨 등의 점포 관리비 중 전기요금이 61.3~8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는 건물 전체 전기요금의 약 9~20%에 해당했다. 운영위는 B씨 등으로부터 관리비를 지급받지 못해 한국전력공사에 2012년 11월과 12월 전기요금 합계 7277만여원을 납부하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2012년 12월 3일 전기요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2013년 1월 9일 전기요금을 그달 25일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한다는 예고서를 보냈다. 재판부는 “운영위는 B씨 등으로부터 관리비를 지급받고 구분소유자들과 입주민들의 공동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전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A건물 운영위는 2012년 4월 30일 B씨 등의 관리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고, 2012년 5월 7일 관리용역을 맡은 D사에 B씨 등의 점포에 대한 단전조치를 요구하기로 결의했으며, 그해 7월 27일 해당 점포에 단전조치를 하고 구분소유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로 결의했다. 운영위는 2012년 12월경 단전조치에 관해 구분소유자 또는 입주민 중 76% 정도의 동의를 받았다.

운영위는 2012년 11월 28일부터 2013년 1월 24일까지 9차례에 걸쳐 B씨 등에게 단전조치와 그 일시를 예고했고, 운영위 대표자는 층별 대표들과 함께 해당 점포의 출입문이 잠기고 불이 꺼져 영업이 종료됐음을 확인한 다음 2013년 1월 30일 오전 12시 30분 옥상 변전실에서 단전조치를 했다.

재판부는 “관리규약이 관리단집회의 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이나, B씨 등을 포함한 구분소유자들이 관리규약이 제정된 때부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그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유효한 관리규약으로 인식했다”며 “운영위는 관리규약에 기초해 A건물을 관리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이 관리규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단전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며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단전조치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가정적·부가적 판단으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단전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이 정당한 이상 위와 같은 가정적·부가적 판단의 당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B씨 등의 상고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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