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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아파트 안전사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사승인 [1360호] 2021.10.15  09: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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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우리가 사는 곳곳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일수록 위험은 증가하고, 안전사고로 인한 피해 역시 증폭된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아파트는 어떻겠는가. 각종 시설물로 인한 안전사고뿐 아니라 여름철마다 돌아오는 태풍 피해, 겨울철 빙판길 낙상 사고,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까지 안전사고의 유형과 양상도 다종다양하다.

아파트는 안전사고 예방에 특히 심혈을 기울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회복이 늦을수록 피해의 규모와 정도도 확대되므로 보상이든 배상이든 일단 피해 구제가 먼저 이뤄진다. 그 후 사고 발생에 궁극적으로 책임질 자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지 따지게 된다.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에 대해 1심 법원은 아파트 경비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책임을 인정한 사건이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 21. 선고 2017가단513213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2. 선고 2020나12386 판결). 비록 책임의 범위를 전체 손해의 20%로 제한하기는 했지만 워낙 피해의 규모가 커 배상금액도 상당했고, 무엇보다 1심과 달리 경비원들의 사고 초기 대응에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한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판결이 선고됐다. 주차장에서 발생한 미끄러짐 사고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22. 선고 2020나63247 판결). 그러나 아파트 내 안전사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 없다는 결론만 보고 넘기기에는 위험하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사건은 간단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충격 사고가 발생한다. 주차를 위해 지하주차장을 주행하던 A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전방에 주차돼 있던 B차량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B차량의 뒷 범퍼 부분은 충격을 받아 파손됐고, 70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다(이하 ‘본건 사고’라 약칭). A차량의 보험사는 이를 보험금으로 지급했는데 보험처리를 마친 보험사는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원인을 다음과 같이 파악했다.

A차량이 주행 중 B차량을 충격한 이유는 지하주차장 바닥의 어떤 물질로 인해 제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는 C차량에서 흘러나온 냉각수 또는 오일로 인해 주차장이 미끄러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C차량은 차량에서 냉각수나 오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관리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하주차장의 청결 상태를 점검해 오염된 부분을 즉각적으로 제거하고 사고를 미연에 예방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과연 그럴까? 본건 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C차량의 보험사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가려지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원은 본건 사고에 C차량이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은 없다고 봐 원고인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지하 주차장에 흘러 내린 냉각수 또는 오일이 C차량으로부터 흘러나왔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시 지하 주차장 바닥이 정상적인 속도와 방법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제동력을 상실할 정도로 미끄러웠는지 조차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지하 주차장 바닥이 오염됐다 하더라도 아파트 관리자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를 즉시 제거하지 않았다고 해 곧바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는 아파트 안전사고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가장 관심이 있을 것이다. 특히 주차장 바닥이 오염됐더라도 아파트 관리자가 이를 실시간 확인하고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결문의 문장 한 줄에 안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아파트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 때문이 아니다. 안전사고 발생 시 법적인 책임 소재가 문제 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논리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A차량의 보험사는 지하주차장에서 A차량이 주행 중 미끄러져 전방에 주차된 차량을 충격한 사고의 원인을 C차량에서 흘러나온 냉각수 또는 오일로 인해 바닥이 미끄러워진 탓으로 보고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보험사의 구상 청구가 인정되려면 일단 주차장 바닥이 정상적인 속도와 방법으로 주행하는 차량의 제동력을 상실할 정도로 미끄러웠어야 한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 그렇게 바닥이 미끄럽게 된 원인이 C차량으로부터 흘러내린 냉각수 내지 오일때문이어야 한다. 또한 이를 미처 제거하지 못한 것이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점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 모든 부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법적 판단은 증거를 기반으로 한 사실인정을 토대로 이뤄진다. 모든 판결은 이 기본 원칙에 입각해 판단을 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결국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 모두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한다면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억울하게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미란 aptnews@aptn.co.kr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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