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올해 1/4분기에 리모델링과 관련해 2가지의 주목할 만한 내용이 발표됐다. 하나는 경기 성남시 분당한솔마을5단지의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 발표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청의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 선정 시행이다.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던 리모델링 사업이 1990년대 초 200만호 공급의 중심이었던 경기도에서 시작됐다는 의미고, 경기도 차원에서 리모델링에 대한 방향을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2021년 2월 분당한솔마을주공5단지가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성남시에서 2013년 이후 추진한 리모델링에 대한 선도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2014년 리모델링 공공지원 선도 시범단지로 선정된 후 2018년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안전성 진단에서 브레이크가 걸렸고, 2020년 수평증축과 별동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으로 전환해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사례다. 1994년 입주한 아파트 단지로 12개동 15~25층 1156세대가 리모델링 후 지하 3층 지상 15~26층, 16개동 1271세대로 115세대가 늘어나는 세대수 증가형으로, 용적률은 약184%에서 약 277%로 증가한다. 동시에 주차대수 529대의 지상 및 지하 1층 주차장에서 1834대(0.46대/세대→1.44대/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3층으로 확대됐고, 지상 조경공간과 증가한 커뮤니티 시설 등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계획이다.

분당한솔아파트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에 따른 리모델링과 세대 간 내력벽 철거의 안전성 평가 통과 불확실성에 대한 대안으로 이뤄진 수평증축과 별동증축형이다. 단지의 기존 주동배치 내에서 경제성 확보를 위한 세대수 증가(115세대)를 가능하게 한 4개동의 배치 대안과 동일한 면적대의 기존세대의 위치와 배치가 다른 조건 속에서 비슷한 면적의 다양한 세대 구성 대안을 찾아내는 설계자의 물리적인 업무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존 세대의 조건변화에 대한 주민 간의 합의형성 결과 속에서 이뤄진 성과이다. 기존단지에서 5개 면적대가 40여개 면적대로 변화함과 동시에 각각 증가면적과 위치의 차이에 따른 평균 분담금의 차이에 합의한 주민들의 이해와 양보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일부 반대파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계획 승인 속에는 표면화돼 있지 않은 합의형성의 중요성이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항은 리모델링을 계획하는 단지에서 어느 정도 공통으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으로 리모델링을 계획하는 단지의 좋은 참고사례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른 하나는 올해 1월 5일부터 2월 16일까지 시행된 경기도가 추진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단지 선정공모에서 보는 시사점이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그 후속 조치로 취해진 것이다. 

공모안을 보면 ‘노후 공동주택 입주자의 리모델링 사업초기 의사결정을 도와주기 위해 리모델링 방안 및 사업성 분석 등에 대한 컨설팅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며, 컨설팅 용역은 ‘현황조사 및 주민의견 수렴을 통한 리모델링 추진방안 제시와 기본설계, 사업성 분석 및 개별추정분담금 산출 후 입주자 제공’하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선정공모에 경기도 내 111개 단지가 신청을 했으며, 1차 서류평가에서 20개 단지가 선정됐고, 2차로 도면 및 단지 현장조사와 거주자 대표 면담 조사 등 현장평가를 통해 3월 25일 2개단지가 최종 선정됐다. 컨설팅 비용은 경기도와 해당 시군이 각각 50%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내년 2월 정도에 마칠 계획으로 후속 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개 단지의 리모델링 컨설팅 사업을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2개 단지를 선정하는 컨설팅 시범사업에 111개 단지가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경기도내 여러 단지에서 환경개선을 위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리모델링 추진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경기도의 5개 1기 신도시는 분당신도시 시범단지가 가장 먼저 1991년 9월에 입주를 시작했으며, 2023년이면 1기 신도시 모두가 준공 후 30년이 경과하기 시작하는 등 소위 노후주택의 범주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단기간에 이뤄진 200만호 공급의 영향으로 1기 신도시는 2026년까지 30년 이상 된 주택이 28만호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에 따라 노후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 경과는 재건축이 가능한 연수가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해 거주자들은 주택의 성능향상을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단지가 가지고 있는 특성의 차이 때문에 현재의 법규와 정책적인 기준의 적용은 많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유지관리, 리모델링, 재건축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리 크지는 않다. 현재까지 거의 모든 단지가 보유하고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는 유지관리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주차대수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확보와 면적을 확장할 수 있는 증축형 리모델링은 쉽지 않다. 서울시의 리모델링 사례가 20개 미만으로 리모델링 유형은 현재 1기 신도시에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리모델링을 위한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도시와 같은 단지에서 어떻게 리모델링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사례도 많지 않으며, 물리적인 유형 외에도 수준, 분담금 등에 대한 사항들이 불확실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건축을 하는 것 또한 개별단지의 조건(용적률, 층수, 주동배치, 노후도와 안전진단 기준, 구조안전성, 경제성, 사업기간 등)에 따라서 불가능한 단지 혹은 장기간 소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기도의 리모델링 공모는 짧은 기간에 유사한 방법으로 건설된 1기 신도시아파트 단지의 향후 관리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입주자 차원에서 단순한 보수 관리는 한계를 넘어섰고 가치의 하락에 따른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신축단지와 유사한 성능개선을 바란다는 점이다.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신축단지의 50~60% 수준의 재산 가치를 리모델링을 통해서 향상시켜보자는 것이다. 동시에 리모델링을 통해서 신축단지와 유사한 환경(여유 있는 지하주차장 확보와 지상공간의 녹지화, 면적증가와 편리한 공간구성, 새로운 설비도입, 커뮤니티 공간의 확대 등)으로 개선하는 방안으로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세대의 비용부담이 제일 중요한 요소이며, 비용부담은 세대수 증가를 통해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세대수 증가는 현 단지의 물리적인 상황 즉, 단지의 여유공간 보유 여부가 핵심이며, 여유공간에 새로운 동을 만드는 것은 기존의 조망이나 그늘 등의 환경조건이 변화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세대배치에 따라 이해관계나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유 없는 단지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는 것은 설계자의 몫이고, 합의형성을 어떻게 원활하게 할 것인가는 거주자들에게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여유 없는 단지의 경우도 상당해 다양한 해결책이 요구된다.   

시·군차원에서는 도시 관리 차원에서 증가하는 용적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미 거의 한계에 다다른 용적률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차이는 있으나 150% 정도의 증가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둘 필요성이 있다. 특히 1기 신도시에서 준공 후 30년에 도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리모델링을 통한 도시관리를 위한 준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경기도가 선도하는 리모델링은 비록 컨설팅까지지만,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리모델링의 새로운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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