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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시대 동대표 선거 ‘전자투표 체험기'

기사승인 [1312호] 2020.10.15  09: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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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평택시 현화성원아파트 권성균 관리소장

권성균 관리소장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던 지난 8월말 동대표 선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 2월부터 동대표 선거를 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코로나 때문에 연기해 왔다. 입주자대표회의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돼 미뤄오던 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코로나 방역차원에서는 세대방문이 필연적으로 따르는 전통적인 기표함 투표방식은 비난받을 것이 뻔해 요즘 몇몇 아파트에서 실시하고 있다던 전자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선거공고부터 절대 세대방문은 안 한다고 명시했다. 각 선거구에서 한 명씩의 후보자만 출마했기 때문에 전자투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선거구마다 과반수 득표율을 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투표기간은 이틀을 부여했는데 후보자가 나온 4개 선거구 전원 둘째 날 오후 3시에 과반수를 넘겨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과반에 못 미칠 것을 대비해 마지막 날인 둘째  날은 일부러 투표마감 시간을 밤 12시로 잡고 밤 늦게라도 방송으로 투표독려 할 계획이었는데 싱겁게 끝나 6시 정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우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전자투표이기에 전자투표 모듈을 제공하고 있는 이알피(ERP)회사에 전화해서 설명도 듣고 원격조정을 통해 후보자 정보인 학력, 경력, 공약사항, 사진 넣는 법도 배웠다. 메신저로 제대로 나갈지 안 나갈지 테스트 발송도 해 보고 선거인 입장에서 찬성 반대 기표하는 법, 세대주 이름 치고 서명하고 관리사무소 이알피에 재전송하는 방법까지 수회 반복하고 나름 마스터했다.

투표 독려 문자보내기 성과

준비를 마치고 전자투표 발송에 앞서 먼저 실시한 아파트에 문의해 보니 득표율이 부족한 선거구는 마감 전에 방문투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마 그 아파트도 전자투표를 독려하는 방송도 수차례 하고 공고문도 붙이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마냥 앉아서 방송하고 메신저를 하고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전날 방송도 하고 첫날 오전 10시에 나간 전자투표권이 움직일 기미가 없어보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투표 안 한 세대에 전화 걸어 투표율이 낮다고 투표를 부탁한다고 투표요령도 설명하면 어떨까 해서 투표를 하지 않고 있는 1동 1호부터 전화하기 시작했다. 전자투표권이 온라인으로 발송되기 위해서는 선거인에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하고 생년월일이 기재돼 있어야 한다. 선거인명부를 차례대로 보고 투표를 하지 않은 세대에 전화하니 투표율이 올라가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로 뚜렷했다. 온라인 투표이기 때문에 투표한 세대는 금방 알 수 있고 투표율 또한 바로 표기된다. 특히 투표율이 저조한 아파트 동은 실시간 파악되니 그 선거구만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세대방문 투표나 기표함 투표라면 투표율을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대장을 뒤지고 선거구 투표함을 좇아 다녀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전화를 받는 세대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30대, 40대는 비교적 적극적이고 전자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50대, 60대는 ‘나는 메신저를 안 한다’ 혹은 ‘그거 꼭 해야 되나’ 등 의지가 잘 안보였다. 30대, 40대들은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 등 생업으로 바쁜 경우가 많았는데 전화벨이 5번 울려도 받지 않으면 끊고 다음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먼저 통화가 안 됐던 곳에서 전화가 와 부재 중 전화를 받았는데 누구냐고 물어오면 상세히 설명하고 투표를 부탁한다고 하면 곧 이어 투표율에 반응이 보였다. 50, 60대는 그런 되받는 전화가 오는 경우가 없었다. 투표율을 높이려면 30, 40대에 집중하는 것이 편했다.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이렇게 주민들과 소통하는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관리사무실 전화로 투표독려 문자도 투표 안 한 주민에게만 일괄해서 보내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가는 이알피 투표권은 형식적으로 나가는 것이어서 자극이 적었으나 아파트 전화·문자는 보다 리얼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어 이알피 발송보다는 유효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기본적으로 방송과 아울러 공고를 하되 촉진제가 될 수 있는 젊은 층에 직접 전화하고 상황에 적합한 독려문자 보내기가 답이었다.

잘못 알려진 편견도 있었다. 좁은 평수 아파트는 어르신 비중이 높아 온라인 투표가 잘 안 될거라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도 그런 점이 우려됐는데 살고 있는 사람은 어르신인 부모이나 실제로는 관리사무소에 등록된 세대주는 자식명의로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세대주 기준 노인 비중은 높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생각보다 세대주로 기재돼 있는 경우가 적었던 것이다. 따로 살고 있는 자식들 특히 딸 이름으로 돼 있었다. 그래서 늙어서는 아들보다 딸이 낫다는 말이 나온 게 실증으로 확인이 되는 셈. 또 전자투표를 하면서 득이 된 부분은 이 기회에 입주자명부를 정비하게 됐다는 점이다. 세대주 성명과 휴대폰 번호가 다른 경우가 있었다. 번호는 부인의 전화고 세대주명은 남편 이름으로 돼 있어 전자투표권에 아무리 이름을 쳐도 안 되더라는 얘기가 있었다. “남편 이름으로 쳐보세요” 하니까 “되네요” 답이 왔다.

영향력 있는 세대와 소통

효과는 컸다. 소장이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영향력 있는 세대와 소통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협조를 이끌어내기에 보다 수월해 진 것이다. 당선자 확정공고문을 붙이고 나서 협조에 감사한다는 감사문자도 관리사무소 번호로 보냈다. 다음에 또 부탁하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간편함과 그 편리성, 관리비 절감,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아파트에서의 모든 선거는 온라인 선거로 갈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 전자투표 성공을 위해서는 여느 마케팅 전략의 하나와 같이 이런 말로 결론짓는다. 활기에 찬 젊은 층을 공략하라. 그리고 안 해봤다고 실패할까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저지르고 부딪쳐 하나하나 헤쳐갈 것.

또한 최근에 동대표 후보자가 세대를 방문해 선거운동을 한 것은 문제없지만 동대표 선거를 방문투표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선거관리규정에 어긋나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바 있다. 가족 간의 이중투표 문제, 투표지 착오날인으로 인한 투표무효여부 등 기존의 기표함 투표방식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법적문제가 전자투표에서는 사전에 차단된다. 세대주 한 사람에게만 전자투표권이 전자적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가 파생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끝으로 지난 9월 중순 공동주택에서 동대표 선거 등의 전자투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의원 발의로 나왔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 선거관리위원회에 입주자 등이 의사결정 시 전자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이 대표발의 된 것이다. 개정안 수용여부를 떠나서 시의적절한 시도와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성균 aptnews@ap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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