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A아파트에서 일어난 ‘거액의 관리비 횡령’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피해액만도 처음 알려진 7억여원에서 10억원으로 늘었다. 횡령 기간도 10년에 걸친 긴 시간이다. 이런 사건이 어떻게 이렇게 오랜 동안 알려지지 않았냐는 것이 미스터리다.

현재 A아파트 입주민들은 비상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노원구, 서울시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합동회계감사를 진행하는 등 진상파악 중이다. 내부감사, 외부회계감사를 어떻게 통과했는지는 경리직원, 관리소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사태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한동안 ‘아파트 관리 비리’가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함께 입에 오르는 것이 ‘외부회계감사’다. 이번 관리비 횡령 사건으로 외부회계감사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A아파트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관리비 횡령이 있었는데 최근 4년여 동안 서로 다른 4곳의 회계전문가집단에 의한 외부회계감사 결과 계속 ‘적정 의견’으로 나왔다.

무엇이 문제기에, 외부회계감사는 장기간의 회계비리를 밝혀내지 못했을까. 의문에 의문이 잇는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외부회계감사 제도가 도입, 시행된 지 6년째다. 외형상으로는 자리 잡은 것처럼 보였다. 국토부도 제도 도입으로 관리비리 감소와 투명성 제고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졌다. 회계감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와, 외부회계감사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외부회계감사가 진정한 의미의 감사 기능을 하고 있는지 관리현장에서의 시선이 매우 곱지 않다.

원래 외부회계감사는 관리비 부과와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됐다. 일반적으로 외부의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 같은 직업적 감사인이 공동주택의 회계기록 등이 회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감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살펴본 결과, 회계법인들은 서류상 문제가 없어 ‘적정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공인회계사회 측에서는 감사인이 직접 은행에서 잔고 증명 등을 직접 조회하는 등 감사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 부실하게 회계감사가 진행될 경우 징계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관리현장에서는 외부회계감사에 대해 제도 도입 초기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입주자대표회의 단체들은 실효성 지적과 함께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에 따른 관리비 인상 등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관리 분야에서는 현재의 회계감사는 ‘회계프로그램을 감사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인 감사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입주자대표 단체에서는 외부회계감사가 관리소장에 면죄부만 준다며 자체 감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치관리의 경우 더더욱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또 한쪽에서는 A아파트 사례와 같은 횡령 등 비리 발생은 어느 조직에나 있을 수 있는 개인의 일탈에 따른 도덕성의 문제라는 지적도 한다. 아무리 촘촘하게 통제장치를 마련해도 회피 수법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함께 머리를 맞대며 회계감사 제도 전반에 걸쳐 되돌아보고,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 참 어려운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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