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서부지원 판결

공고문에 해임 사유 없어도
확인 가능하면 절차는 유효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입주자대표회장 해임투표 공고문에 해임사유가 명시돼 있지 않아도 함께 게시된 해임요청서 및 소명서를 통해 사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해임절차는 적법하나,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대표회장 해임 결정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장성학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사하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결의무효확인 등의 소에서 “피고 대표회의가 원고 B씨에 대해 한 해임결정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 등 1000세대는 지난 3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표회장 B씨가 관리규약에 규정된 입주자 등의 의견진술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했고 시설물 관리를 소홀히 해 입주자 등의 재산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B씨를 회장직에서 해임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해임요청서에는 입주자 등 1000세대의 해임투표절차 찬반 동의서가 첨부됐는데, 해임사유에 관한 별도의 증거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B씨는 선관위에 소명서를 제출했고 선관위는 회의를 개최해 해임요청서 및 B씨의 소명서가 제출됐음을 이유로 해임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입주자 등에게 B씨에 대한 회장 해임투표를 공고하고 해임요청서와 소명서를 공고와 함께 각 동 입구 게시판과 승강기 안쪽에 게시했다.

선관위는 해임투표 개표 결과 총 3462세대 중 투표수는 648표이고 그 중 해임찬성이 597표로 집계돼 B씨가 회장직에서 해임됐음을 공고했다.

이에 B씨는 “관리규약에 따라 전체 입주자 등 10분의 1 이상의 서면동의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이때 해임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제시돼야 함에도 증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해임결정은 무효”라며 “해임요청서에 기재된 해임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임요청서와 소명서, 해임투표 공고가 함께 게시된 점 ▲해임요청서에 해임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주장과 관련 법령 및 관리규약 등이 적시된 점 ▲관리규약의 객관적 증거자료 제시 단서규정은 이 사건 해임결정 약 4개월여 전에 신설돼 결정 당시 비교적 생소한 규정이었고 규정 신설 취지는 무분별한 해임절차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입주자 등은 해임요청서 및 소명서를 통해 해임사유가 무엇이고 이에 관한 개괄적 사실관계를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해임투표 공고문 자체에 해임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흠이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라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B씨의 절차적 하자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임사유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 B씨가 회장으로 활동하던 기간 중 관리규약에 방청자 발언 제한 조항을 추가한 것은 부산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 방청자 발언 제한 조항이 포함됨에 따라 준칙에 맞게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할 의무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춰 관리규약 내용이 입주자 등의 의견진술권을 부당하게 침해해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임사유 중 ‘부실관리’ 부분은 해임요청서에 기재된 시설 문제와 관련해 원고 B씨가 취임 후 매월 개최된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해 동대표들의 의견을 구했고 의결에 따라 사안을 처리한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원고 B씨가 시설물을 부실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리소장 해임안 상정거부 부분에는 “일부 입주자 등이 ‘관리소장 C씨가 경비용역계약 체결 시 대표회의에서 계약체결이 부결된 업체와 임의로 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아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며 원고 B씨에게 해임상정 제안을 했음에도 원고 B씨가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으나, 입주자 등의 관리소장 해임사유 주장인 과태료 부과처분은 이후 법원에서 과태료에 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려 관리소장 C씨에게 해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위탁관리 단지의 입주자 등은 관리서비스에 불만족할 경우 새 업자 선정 입찰에서 기존 업자의 참가를 제한하도록 대표회의에 요구할 수 있고 대표회의는 이에 따라야 하나, 대표회의 결의로 관리소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대표회의가 위탁관리업자의 직원인사 등의 업무수행에 부당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며 “원고 B씨가 관리소장 해임요청안이 대표회의 의결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은 것이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관계 법령에 위반한 아파트 하자보수금의 수령, 장기수선계획 조정안 입주자 동의절차 위반 등의 해고사유에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해임결정은 원고 B씨에게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실체상 하자가 있다”며 “해임결정 효력이 무효라면 아직 원고 B씨의 임기(2018년 4월까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 B씨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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