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결정·대전지법·서울동부지법 판결

주민 직접적 의사표시 수렴결과
선거결과 영향 없다면 ‘유효’
후보자 선택의 중요 판단자료
의견진술 불응했다면 ‘무효’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동대표 및 회장 등 선출 선거에서 허위 학력·경력을 둘러싼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법부는 대체로 허위 학력·경력을 기재했더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선거 및 당선무효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선거의 공정성 침해여부를 두고 법원간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최근 대전 동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C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음에도 회장 선거에서 D고등학교로 학력을 표시해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동대표 및 회장선거에서 당선된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기가처분 신청사건에서 “B씨의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D고등학교에는 C씨 명의의 제적자 생활기록부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학력에 관해 증명 서류 제출이 없거나 거짓 사실임이 판명된 때는 그 사실을 공고해야 하고 증명 서류 제출을 하지 않거나 거짓 사실을 기재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결로 중지, 경고, 시정명령, 위반금 부과, 등록무효, 당선무효, 고발 또는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돼 있는 사실은 소명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령 동대표 선거 및 회장 선거에서 학력을 허위기재한 사정이 있더라도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의 직접 투표로 이뤄지는 동대표·회장 선거는 입주민들의 직접적인 의사표출의 수렴결과로서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며 “C씨가 허위학력을 기재했어도 동대표·회장 선거의 공정성을 해할 정도였거나 그로 인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와 함께 대전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병식 부장판사)도 지난해 6월 세종시 E아파트 입주민 F씨가 “동대표 및 회장선거 당선자인 G씨는 학력경력을 허위 신고했으므로 G씨의 당선은 무효”라며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표 및 회장 당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F씨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G씨가 학력·경력을 허위로 신고하기는 했으나 선거의 자유·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정도의 규정 위반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각 선거에서 G씨를 당선 결정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G씨는 동대표·회장 선거에서 ‘신속한 하자보수 이행촉구, 재활용장 및 쓰레기장 리모델링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이러한 공약의 수행능력을 호소함에 있어 허위 학력·경력이 실제의 학력·경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제시했다.

반면,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박창렬 부장판사)는 서울 성동구 E아파트 회장선거에서 후보자로 나섰던 F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장 당선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지난해 6월 “피고 대표회의가 2015년 9월 실시한 회장선거에 따른 G씨의 당선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후보자가 밝힌 학력·경력 등은 후보자 개인의 성실성, 청렴성, 책임감, 전문성, 업무수행 능력 등을 평가해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판단자료로서, 허위 사실이 기재된 홍보물 등으로 인해 후보자를 잘못 선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사후에 이를 시정함으로써 투표에 관한 공정성을 제고하고자 하는데 있다”며 “후보자가 선거홍보물 등에 학력 등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선거인이 잘못 선택하지 않도록 진실에 기초해 사실대로 성실히 기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G씨는 선거홍보물에 기재된 자신의 학력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고 선관위가 선거일 전 선관위에 출석해 의견 진술할 기회를 줌으로써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선거운동으로 바쁘게 움직이는데 상대방 측에서 시간을 뺏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하면서 선관위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주면 규정에 의해 이행하겠다’고 답변한 채 외면했고, 이는 G씨 스스로도 원고 F씨의 이의제기에 따라 자신의 학력을 사실대로 밝힌다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거일 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실제 선거에서도 원고 F씨와 G씨의 표차는 39표에 불과해 투표일 전 학력이 정정돼 공고됐더라면 당락이 서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그럼에도 선관위가 원고 F씨 및 G씨로부터 허위로 판명될 경우 선거가 무효처리 되는 등 선관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합의각서까지 받아놓고서도 선거가 끝난 뒤 선거홍보물에 기재한 자신의 학력이 결국 허위라고 인정될 수밖에 없는 자료를 제출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G씨를 당선인으로 결정한 것은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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