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국가가 아닌 다음에는 우리나라만큼 국민 전체 주거에서 공동주택이 많이 차지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관련해서 공동주택관리법이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법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법률이 있을 뿐이지 공동주택관리법 같은 법은 잘 찾아보기 힘들다. 그에 따라 사유재산인 아파트에 대한 관리문제에 행정기관의 관여도 매우 심한 편이다. 급기야 2010년 7월부터는 법의 개정을 통해 국토교통부장관이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통해 아파트 관리업무에 관여하는 일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소비자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의 역할인데 이 역할을 담당해 온 대표적인 조직으로 사단법인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가 있다. 정부가 아파트 비리 방지를 빌미로 과도한 관여를 해서 입주민들의 권익이 침해가 우려될 때나 정부가 정책수립을 위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할 때 아파트 입주자들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동대표 혹은 입주자대표라고 하는 직책은 무보수 봉사직이다. 우리는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아파트의 관리나 운영 문제에 민감하지만 동대표로 활동하는 데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특히 생업에 바쁜 분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칫 너무 나서다 보면 무슨 사심을 갖고 접근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실제 그러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러한 문제 때문일까. 정부는 2010년 법 개정을 통해 아파트 동대표의 중임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구분소유자들이 자체적인 관리규약을 통해 그렇게 할 수는 있으나 사적자치영역에서 나라가 법으로 금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1일 안타까운 부고를 접했다. 사단법인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이재윤 총재가 향년 73세로 돌아가셨다. 고인은 대구에서 가장 큰 치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생전에 30여개가 넘는 단체장으로 활동한 언어학 박사이자 시인이었다고 한다. 바둑 아마 6단의 실력자로 30여년간 아마 바둑대회를 개최해 온 현역 대한바둑협회 회장이기도 했다. 그런 분이 아파트 문화 운동에도 관심을 가져서 2002년도에 대구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총연합회를 만들었다. 2003년도에는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전아연)로 발전을 시키면서 본인이 회장으로 취임해 2005년 건설교통부로부터 비영리법인 인가를 받아 전국 조직으로 확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혹자는 아파트에서 동대표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전아연의 회장을 할 수 있느냐고 자격 시비를 걸기도 하고, 혹자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었다. 그러나 그 진의를 떠나서, 무보수는커녕 사재를 털어가면서 연간 운영비만 2억원에 달하는 조직을 20년 가까이 이끌어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일관되게 해 온 그 행동에 경의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따지고 보면, 다양성과 자율성을 갖고 있는 아파트 동대표들의 조직이 전국화 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지만, 그 당위성을 갖게 만들어 준 것이 정부의 정책적인 관여 때문이라 생각하니 아이러니컬하다. 전아연도 고인의 뜻을 이어 전국 아파트 입주자들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역할을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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