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호주의 ‘석탄 전쟁’이 우리나라에 ‘요소수 대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연쇄 파장까지 걱정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호주가 자국과 분쟁 중인 미국을 지지하는 것에 보복성 조치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아이러니하게 이것이 중국에서는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연결됐다.

중국이 자국 내 석탄·전력난으로 에너지집약형인 요소 생산에 차질을 빚고, 물량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검사’를 의무화하고 사실상 수출을 중단했다. 우리나라 요소수 대란의 시작점이다.

요소는 첨단기술 물자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소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 중단된 지 오래다. 값싼 비용과 지리적 이점 등을 이유로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요소수는 요소에 정제수를 섞어 만들어, 일단 재료만 있으면 쉽게 공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중국의 수출중단으로 요소수 품귀 사태에 이르고, 급기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위협을 실감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액체다. 요소수가 중요한 이유는 대다수가 경유차인 화물차 등에 운행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방·병원차량, 청소차량, 시내버스, 마을버스 일부도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주택 관리업계에는 영향이 없을까. 소각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들 가운데 절반 넘게 경유를 사용한다. 요소수 부족 사태로 차량 운행이 중단된다면 아파트들의 쓰레기 수거에도 큰 지장이 올 거란 얘기다. 일부 아파트에선 주민들에게 재활용쓰레기 배출 자제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요소수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청소차 운행 차질에 따른 폐기물 수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자체들도 분주하다. 장기화될 경우 건설현장과 공동주택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공사에도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요소의 물량확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외교역량을 동원해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정부는 국내외에서 전방위로 요소·요소수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요소수를 해외로부터 긴급 수입하기 위해 군 수송기도 동원됐다. 국무회의에서는 ‘요소·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통해 수급안정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 정부는 이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공정위, 환경부 등은 제조업체·중간유통업체·판매업체·사용자의 매점매석 등 시장 교란행위를 막기 위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꺼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문제의 숨통이 트였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로 다시 한 번 국가경제 및 국민 생활과 관련된 전략자원을 자급자족 하거나 비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을 절감했다. 국가나 개인이나 지나치게 의존적일 경우 큰 낭패를 보게 된다는 경계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도체 위기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지적은 정말 아프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은 탈세계화 흐름을 거치면서 재편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줄곧 지적해 왔다. 예견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 대응하지 못했던 점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위기에는 위험만이 아니라 기회도 있다. 공동주택 관리분야도 위험을 관리할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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