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 의무화에 ‘해법’ 고민

주차공간 부족한 공동주택
공간 차지 덜 한 ‘벽부형’ 대안

가정용 외 비상용 전기설비
이용한 사례 눈에 띄어

기존 주차공간 활용이 가능한 벽부형 충전기. <사진제공=분당무지개마을7단지>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발표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을 기초로 8월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공동주택에서의 충전기 의무설치 비율이 확대돼 신축아파트는 주차면의 0.5%에서 5%로 상향됐으며, 기축아파트 의무설치 비율은 0%에서 2%로 상향됐다.

당장 내년부터는 주차면이 200개인 기축아파트는 2%에 해당하는 전기차 충전기가 4대 이상 세팅돼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 안양시 A아파트의 경우 K-apt에 기재된 정보에 따르면 총 거주 세대는 261세대인 반면 주차대수는 189대로 세대수와 주차대수의 비율이 1대 1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주차난은 이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공동주택에서 겪고 있는 고충으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화의 비율에 따라 충전기를 4대 이상 설치할 경우 A아파트의 주차 가능대수는 산술적으로 185대로 줄어든다.

게다가 지난 7월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의결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에 따라 전기차충전기가 설치된 주차공간에 불법주차된 일반차량에 대한 단속 및 과태료 부과권한이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로 변경돼 전기차 충전불편에는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기차 소유 세대와 내연기관 차량 소유 세대 사이의 주차난 가중과 이에 따른 관리주체의 고충이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기 의무화에 따른 문제점은 주차난만이 아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장대석 선임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에 따른 공동주택 전력설비 개선 필요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동주택 2만5132개 단지 중 약 56%에 해당하는 1만3995개 단지가 경과 연수 15년 이상 된 주택에 해당하며, 전체 공동주택 중 세대별 설계용량이 3kW 미만인 공동주택은 32%에 해당하는 7921개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에 정전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노후변압기 교체 없이 전기차 충전기가 이용된다면 주택용 전력부하는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장대석 연구원은 “변압기·수전설비 등 공동주택 내 전력설비 관련 교체·증설이 필요하나 공동주택 거주자 간의 시설 개선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공동주택 전력설비 노후도에 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전력설비 구축을 위한 지원 사업의 범위를 더욱 확장해야 원활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지원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전기차 충전에 의한 전기료 상승
일반 세대 부담은 ‘오해’

한편, 주차장 기둥과 벽면에 충전기를 설치해 주차 갈등을 방지하고 평소 잘 쓰지 않는 소화(비상)설비에 전기차충전기 전기선을 연결해 부하를 예방한 사례가 있어 눈에 띈다.

경기 성남시 분당무지개마을7단지라이프아파트는 222세대로 작은 단지에 속한다. 전기 담당자가 따로 없이 관리소장과 기전주임이 기본 설비를 관리하며, 그외 전기 설비 관리는 여느 단지와 같이 외주를 주고 있다. 이 단지는 의무화가 발표되기 전 이미 전체 주차면적 444면의 2%를 훌쩍 넘는 20개의 충전기를 설치했다.

이 아파트가 설치한 충전기는 완속충전기로 최대 출력 1kW, 100% 충전까지 8시간이 걸리는 벽부형이다. 벽 또는 기둥에 부착하는 형태로 전기차전용 주차공간을 따로 요하지 않으며, 일반 차량과 동일하게 주차를 하고 개인이 갖고 있는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하면 된다.

박재홍 관리소장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위해 업체를 알아보던 중 지금의 업체를 발견했고, 충전 인프라 확장과 설치 사례를 업체 홍보에 활용하는 조건으로 협의해 무상으로 설치되는 5대 외에 15대를 추가 설치받았다.

주차난 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시 가장 큰 우려는 과부하로 인한 정전 사고 발생과 전기료를 일반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걱정일 것이다.

우선 부하에 따른 전기 사고를 막기 위해 박재홍 소장은 평소 전기설비 관리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담당자, 충전기 설치 업체와 오랜 시간 논의했다.

박 소장은 “큰 단지는 전기반장 등 담당자가 있어 문제가 없지만 작은 단지는 그렇지 않다”면서 “충전기업체에 알아서 달고 가라고 해서 사고가 발생한 사례를 들었기 때문에 설치 전 논의하는 시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전기설비는 가정용, 기계설비용, 소화(비상)설비용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꼭 필요하지만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소화(비상)설비에 전기차충전기 전기선을 연결했다.

박 소장은 “설치 한 달 전부터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라인을 찾고 자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쳤고, 사고 예방을 위한 체크를 하느라 공사 기간은 1주일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박 소장은 전기차 충전기 사용에 따른 입주민들의 전기료 부담 증가는 한마디로 ‘오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일반용 전기사용량과 차량충전용 전기사용량을 완전 분리해 요금을 청구하고 결제하는 ‘모자계량’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차량 충전 시 사용된 전기료는 충전기 회사가 부담하고, 전기차를 충전한 개인은 충전한 만큼 비용을 결제하는 방식”이라면서 “아파트는 충전 장소와 인프라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지개마을7단지에 충전시설이 완비됐을 당시 전체 세대 중 1세대만이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충전기가 설치되고 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이 발생하지 않는 점, 전기료 과중에 대한 오해가 사라진 몇달 사이 전기차는 4대로 늘었다.

박재홍 소장은 “전기차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모든 입주민이 편하게 주차하고 충전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변압기 교체 방식보다는 비상설비 등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