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이전에 도색 부실공사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지출한 변호사 자문비용 등에 대해 대표회의 의결로 임시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예비비에서 지급한 것이 부당지출이라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판사 연운희)은 최근 경기 수원시 A아파트 18기 입주자대표회의가 17기 대표회장과 18기 시설이사로 재임한 B씨, 17기 총무이사 C씨, 18기 총무이사 D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피고 C씨는 214만여원, 피고 D씨는 3만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피고 B씨에 대한 청구 및 피고 C, D씨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수원시 공동주택관리 감사단은 대표회의의 감사요청에 따라 관리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16년 11월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사용과 관련해 ▲대표회의 운영비 사용금액 중 대표회의 운영과 관계없는 축의금, 부의금, 찬조금, 동대표 명절 선물구입 등을 관리비로 지출한 것은 개인적인 지출사항으로 적정하지 않고 연간 예산금액을 초과해 집행한 것은 운영비를 적정하게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예비비사용 부적정: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업무는 대표회의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이므로 2014년 1월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B씨에게 지급한 업무추진비는 관리규약으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지급 근거가 없고 비대위는 법령이나 관리규약상의 권한 등을 갖지 못하는 사실상의 조직에 불과해 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금전을 지급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표회의는 전 대표회장인 B씨에 대해 “관리규약상 대표회장에게는 직책수당으로 월 25만원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 업무추진비를 지급할 근거가 없음에도 26개월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매월 30만원씩 합계 780만원을 수령했으므로 이를 반환해야 한다”며 “18기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E씨에 대해 근거 없는 해임사유를 주장하면서 해임절차를 주도했고 E씨가 당사자가 돼 진행한 가처분 및 본안사건에서 B씨가 시설이사로서 특별대리인 역할을 수행했는데, E씨가 모두 승소함에 따라 대표회의가 576만여원을 E씨에게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C씨와 D씨에 대해 “대표회의 총무이사로서 재직하는 기간 동안 운영비를 부당하게 지출해 손해를 끼쳤으므로 각자 1499만여원과 596만여원을 배상하라”고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제16기 대표회의는 2012년 6월 외벽 방수공사 및 도색작업을 실시하기로 결의하고 그해 8월 입찰공고를 했다. 이후 임시회의에서 입찰참가자격을 공고일 당시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인 업체로 변경하기로 결의했는데, 결의에 대해 출석한 동대표 14명 중 6명만이 찬성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했으나 대표회의는 결의 내용을 반영해 입찰참가자격을 공고일 당시 자본금 12억원 이상인 업체로 변경토록 정정공고 했다.

공고에 따라 입찰을 실시한 결과 대표회의는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앞서 의결정족수 미달 하자가 있는 결의를 추인하기로 결의하고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낙찰 업체가 공사를 착수했으나 상당기간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공사와 관련해 입주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아파트 입주민인 B씨는 도색 부정·부실공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입찰부정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신의 비용으로 입찰부정 등의 유인물을 작성해 배포하고 현수막을 게시했고 이에 따라 관리소장은 2013년 8월 입주자총회를 개최했다.

입주자총회 전후로 16기 대표회장 등이 자진 사임하거나 해임되자 선거관리위원회는 새로운 대표회의 구성을 위한 동대표 선거를 진행했고 그 결과 B씨가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17기 대표회의는 2014년 1월 B씨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지출한 현수막, 유인물 제작비, 변호사 자문비용 등의 비용에 관해 논의한 후 ‘비대위 활동 시 소요된 비용과 향후 도색공사, 화재보험금 청구소송 및 입주자대표 관련 소송 등 변호사 자문, 방문 및 차량운행에 따른 비용보전 차원에서 최초 비대위 활동 시부터 소급해 매월 30만원씩 임시 판공비로 예비비에서 지급한다’는 의결을 했는데 안건이 논의될 당시 B씨는 회의장 밖으로 퇴장해 논의에 참가하지 않았고 나머지 동대표 14인은 모두 안건에 찬성했다.

대표회의는 의결에 따라 B씨에게 2013년 10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26개월간 매월 30만원씩 임시업무추진비 명목으로 합계 780만원을 지급했다.

E씨의 고발에 따라 B씨는 ‘예비비에서 임시판공비 명목으로 780만원을 지급받아 사적용도에 임의 소비해 이를 횡령했다’는 범죄사실로 약속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 법원은 “B씨가 임시판공비를 횡령했다거나 횡령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한다”는 무죄판결을 선고했고 항소심 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이에 대해 이번 재판부는 B씨에게 임시업무추진비를 지급토록 하는 대표회의 의결이 무효라거나 이 부분 지출이 부당한 지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수원시 공동주택관리 감사단이 임시업무추진비 지급에 관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실은 인정되나 수원시 감사단도 비대위 활동업무를 대표회의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로 판단하고 있고 비대위 구성 경위와 활동내용, 지출비용의 항목 등에 비춰 그 활동업무는 입주자들의 이익 및 대표회의의 업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일종의 사무관리로서 대표회의에 비용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인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의 피고 B씨의 업무는 대표회장의 업무를 대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표회의 운영기준의 운영비사용규정에는 회장의 직책수당과 성격을 달리하는 업무추진비 항목을 규정하면서 업무추진비는 회계의 일반원칙과 통상관례에 따라 관리 및 결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관리규약에서 관리비에 대한 집행은 대표회의에서 승인받은 예산에 따라 관리주체가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관리규약에서 관리주체가 예비비를 집행할 때는 대표회의 의결을 얻도록 규정하는 한편, 운영기준에서는 대표회의 운영비는 사용내역에 따라 대표회의에서 의결해 지급하도록 하면서 연간 운영비의 15%의 범위 내에서 필요시 예비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B씨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B씨에게 임시업무추진비 지출결의가 극히 예외적이라거나 B씨에게 부당 수령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봐 무죄판결이 선고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18기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가 해임된 E씨에 관한 소송비용에 대해 해임을 주도한 B씨가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피고 B씨가 E씨의 해임에 관한 주민동의서에 동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행위를 대표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직무수행이라고 평가하거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 B씨가 대표회의 구성원으로서 직무수행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 B씨가 대표회의 구성원 또는 특별대리인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다만, 재판부는 전 총무이사 C씨와 D씨에 대해 관리규약이나 운영기준에서 정한 운영비가 아닌 관리실 직원 및 동대표 경조사비, 동대표 시무식 등을 지출한 것을 부당지출이라고 보면서도 이 행위가 종전 잘못된 관행에 기인한 것이고 부당지출로 인해 C, D씨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적이 없으며 정해진 운영비 지출항목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대표회의 활동과 연관성이 있는 점, 대표회장 승인절차를 거치고 회계감사까지 받은 점 등을 감안해 C, D씨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또 회의 후 식사비나 회식비는 운영비의 지출범위에 포함된다고 봤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