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경비·청소업체가 사용하지 못한 유급연차휴가를 이유로 연차수당금 등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요구했으나 법원에서 끝까지 인정을 받지 못했다.

경비·청소업체 A사는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668만여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패한 데 이어 최근 대법원에서 상고도 기각되는 판결을 받았다.

B아파트 대표회의는 2017년 12월 11일 아파트 경비, 청소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연차 전부소진 조건(경비원 하계휴가 4일, 미화 하계휴가 2일 포함) 등을 담은 입찰공고를 했고, A사는 B아파트 대표회의에 연차 미사용 시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연차는 전부 소진하는 조건을 특약사항으로 정해 경비 용역비 월 1350만5700원, 청소 용역비 월 558만8690원으로 정한 경비, 청소 용역 입찰견적서를 제출했다. 이후 그해 12월 26일 A사와 B아파트 대표회의는 A사가 제시한 계약금액으로 1년간(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구 근로기준법(2017년 11월 28일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돼 2018년 5월 29일 시행된 것, 이하 ‘개정 근로기준법’)은 개정을 통해 종전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제3항을 삭제했다.

당시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제1항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제2항 사용자는 계속해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제3항 사용자는 근로자의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해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해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뺀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A사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근로기준법이 개정될 것을 알지 못해 종전 근로기준법에 따라 발생하는 연차소진에 관한 합의를 했을 뿐,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발생하는 연차소진에 관한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계약의 보충적 해석에 의해 B아파트 대표회의는 A사에 기간 연장 또는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유급연차휴가(15일)에 대한 연차수당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고,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소진할 수 없는 유급연차휴가(15일)가 발생했으므로, 계약 제7조 제2항(도급비 정산 관련)에 따라 대표회의는 A사에 연차휴가수당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정산해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2심 재판부인 수원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강태훈 부장판사)는 먼저 계약의 보충적 해석 여부와 관련한 법리로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해 같은 내용으로 착오가 있고 이로 인해 그에 관한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약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해 계약을 해석할 수 있다”며 “여기서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는 당사자의 실제 의사 또는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춰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당시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에 대한 착오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살폈을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에 대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각 근로자당 15일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용역대금을 산정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사의 연차수당 지급의무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A사가 경비, 청소 용역을 수행하는 대가로 B아파트 대표회의로부터 월 용역비를 지급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계약에서 정한 용역대금은 원칙적으로 실비정산 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항목이나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한 사유 이외에는 그 금액을 변동할 수 없는 점 ▲대표회의는 연차를 전부 소진하는 조건으로 입찰공고를 했고, A사는 자신의 위험부담과 책임 아래 대표회의가 제시한 입찰공고의 내용에 따라 소요비용을 예측해 입찰가격을 정한 후 입찰에 참여한 점 ▲대표회의는 A사의 입찰가격과 함께 용역의 수행능력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A사를 낙찰자로 정했고, A사와 대표회의 사이에 연차를 전부 소진해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용역대금을 산정해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살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A사의 계약 제7조 제2항에 의한 도급비 정산 관련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2항은 ‘인력의 결원 또는 사정변경으로 도급비 세부 산출내역서와 다르게 인건비의 미지급 사유가 발생된 때에는 인건비에 해당하는 도급비를 정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 조항에서 정한 사정변경은 인력의 증감에 해당하는 사정변경으로 보이고, 입찰공고 및 이 사건 계약에서 용역대금에서 연차휴가수당을 제외시키는 것으로 정한 이상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의 기간연장 또는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진할 수 없는 유급연차휴가가 발생한 사정은 이 사건 계약 제7조 제2항에서 도급비를 정산해야 할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A사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해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A사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에서 정한 소액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가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전한 뒤, “소액사건임이 분명한 이 사건에서 상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는 소액사건심판법에서 정한 상고를 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기각이유를 밝혔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 따르면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의 제2심 판결이나 결정·명령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한해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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