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

주택관리사 동료들이 입주자대표회장에 의해 숨진 故이경숙 관리소장을 추모하고 있다. <고경희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지난해 10월 관리 불신을 이유로 아파트 관리소장을 괴롭히다 살해한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해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는 인천시 A아파트 관리소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인정, 지난달 16일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입주자대표회장 B씨는 평소 관리 문제로 다투다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10시경 관리사무소에 혼자 있던 관리소장 故이경숙 씨의 목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달아났다가 자수했다.

B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한 달 전부터 대표회의 운영비 인상 요구, 통장 분실했다며 여러 차례 재발급 지시, 독단적으로 단독 인감 변경, 관리비 통장 비밀번호 요구 등의 방법으로 관리소장 이 씨를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씨가 지속적으로 관리비 사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이 씨는 결국 직접 감사기관에 아파트 외부회계감사를 의뢰했으며 감사 마지막 날 B씨에 의해 살해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이용해 관리사무소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9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피해자의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렀고 피해자를 만나기 전부터 범행 전 변호사를 검색하고 흉기를 꺼냄과 동시에 찌르는 등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의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나쁘고 자수한 뒤에는 반성하지 않고 범행 원인을 ‘관리비 횡령’이라며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면서 B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B씨와 검사측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2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한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B씨의 형량을 20년으로 늘렸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우발적으로 이 소장을 살해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 “범행 3일 전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점, 관리사무소에 들어간 지 1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과도를 꺼내 피해자를 살해한 점, 이전부터 진료를 받던 병원에서 2개월치 약을 처방받으면서 간호사 등에게 ‘그동안 감사했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말한 점, 평소 연락하지 않던 동생에게 사업자등록증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는 등 신변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인 점, 이 소장이 자신을 기망해 공금을 횡령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평소 이 소장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던 점 등의 사정을 봐 피고인 B씨는 계획적으로 이 소장을 살해했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B씨와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평소 근거 없이 이 소장의 공금 횡령을 의심하면서 여러 차례 괴롭혔고 결국 살해에 이른 점, 자수한 뒤로도 수사기관에서 반성 없이 ‘이 소장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이 소장이 횡령을 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점, 이 소장의 직장 동료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원심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는 이 같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도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유가족 측은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손해배상)했으며,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