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비원‘단기근로계약 관행’ 문제점 현장 호소

  9개월 근무기간 동안  3개월 계약 3번
  경비원 3명 중 1명 ‘6개월 이하’ 근로계약

경비원 B씨는 현 근무 아파트에서 3번째 근로계약 임에도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부당 업무지시와 비인격적 대우를 막기 위해 갑질 방지 대책과 함께 초단기근로계약 관행을 막아야 한다는 현장의 호소가 이어졌다.
 
지난달 29일 아파트 경비원을 괴롭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입주민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입주민은 지난해 4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故최희석 씨가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최 씨를 폭행했고 이후에도 협박 등 괴롭힘을 이어갔다. 이에 결국 경비원 최 씨는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막말, 갑질 방지를 위한 각종 법안 발의와 함께 지자체의 관리규약준칙 개정, 근로자·입주자 간 상생 협약 등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러나 경비원의 인권보호, 처우개선을 위해 갑질 방지 제도뿐만 아니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단기 쪼개기 계약을 하는 관리·경비업계의 관행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남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2년 넘게 이 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동대표 등 입주민들의 괴롭힘으로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져 병원 방문 횟수가 늘게 됐다. 해당 동대표는 관리소장을 통하지 않고 A씨에게 쌀을 나르라는 등 개인적인 일을 지시하는가 하면 ‘이중주차 차량을 빼 달라’는 요청에 막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동대표의 괴롭힘으로 몸이 너무 안 좋아져 더 이상 못 견디겠다”면서도 잘릴까봐 걱정돼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 관리업체에 말을 못하겠다고 호소했다. 4개월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탓에 동대표의 괴롭힘 사실을 알려도 도리어 자신이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인천 소재 아파트 경비원 B씨는 9개월째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근무기간은 9개월이지만 근로계약은 3개월씩 총 3번을 체결했다. 심지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3개월짜리 계약을 종료시키고 1개월 근로계약을 추진한 데 이어 경비원들에게 근로기간이 1년이 되기 전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해 문제가 됐다. 또 여름휴가비 지급 후 2개월 이내 퇴사 시 이를 다시 토해내라는 의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횡행하는 단기근로계약 관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경비원들은 1~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보고도 사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2019년 11월 발간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 3388명 중 근로계약서상 1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비원은 2007명(63.7%)으로 절반이 넘었지만 3개월 계약이 21.7%(685명), 6개월 계약이 8.7%(273명)로 경비원 3명 중 1명은 6개월 이하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 근속기간이 5년 이상 10년 미만인 경우는 27.7%(910명), 1년 이상 3년 미만이 22.8%(750명) 3년 이상 5년 미만이 20.1%(66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난 반면, 현 근무 단지에서의 근속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1250명(37.4%)으로 가장 많았고 1년 미만이 26.4%(885명)를 차지해 상당수의 경비원이 다른 아파트 단지로의 이직을 통해 경비업무를 이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위원은 “통상 경비용역계약기간은 1~2년인데 근로계약기간을 3개월 등 단기로 설정하는 것은 경비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고용불안을 안겨준다”며 “단기계약이 고용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비원들이 사업장 내 부당한 업무지시나 입주민 등의 비인격적 대우에도 참으면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다”면서 초단기근로계약 근절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아파트 경비원은 실질적인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고용하는 대신 위탁관리회사, 경비용역회사 등이 고용해 아파트에 배치하는 대표적인 간접고용 노동자여서 사용자의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경비원 B씨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단기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입주민들은 경비원을 근로자로서 정당하게 대우하고 정부는 임기응변식의 제도개선이 아닌 당당한 직업군으로서 경비원들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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