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결

“절차상의 하자 있더라도
반사회성 띠지 않는 한
업무방해죄 보호대상”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을 상대로 우편함에 넣어놓은 동의서를 함부로 수거한 입주민 3명에게 업무방해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판사 김옥곤)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입주민 B, C, D씨에 대해 B씨와 C씨에게 벌금 50만원, D씨에게 벌금 30만원을 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9년 12월 20일경 A아파트 열교환기 및 현관문 교체 여부에 관한 동의서를 위 아파트 8개동 624세대 입주민들의 우편함에 넣어뒀다.

B씨와 C씨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진행하려고 하는 현관문 교체를 반대할 목적으로 12월 20일 밤 아파트 5개동 우편함에 있던 동의서를 수거해 입주민들이 보지 못하게 했으며, D씨는 12월 21일 1개동 우편함에 있던 동의서 10여장을 수거해 입주민들이 보지 못하게 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피고인 B, C, D씨가 공모해 위력으로 대표회의의 입주민들에 대한 아파트 시설교체 찬반의사 확인에 관한 업무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 C, D씨와 변호인들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시설교체 찬반의사 확인에 관해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확인 업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로 봐야 하므로 이 업무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인 업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편함에서 아파트 시설교체 찬반의사 동의서를 수거했을 뿐이고, 이 행위로 인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뤄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그 업무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지 않는 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대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의서를 수거한 행위는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동의서에 입주자대표회의의 명칭이 명시돼 있었으며 입주자대표회의의 직인이 찍혀 있었던 점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아파트 시설의 교체범위 및 교체시기 등에 관해 입주민들의 찬반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적법한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부 하자가 있다거나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처리해야 할 사무라고 가정하더라도 반사회성을 띠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의서를 수거해 감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는 제때 입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고, 다시 입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업무방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B씨와 C씨를 벌금 50만원, 피고인 D씨를 벌금 30만원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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