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아파트가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은 종합계약방식과 단일계약방식이 있다. 종합계약방식은 세대별 전기사용량에 대해서는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해서는 일반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산출한 전기료를 부과·징수하는 방식이다. 반면 단일계약방식은 세대별 전기사용량과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을 구분하지 않고 아파트 전체 전기사용량을 세대수로 나눈 다음 이에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산출한 전기료에 다시 세대수를 곱한 금액을 관리주체에게 부과·징수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단일계약방식은 세대와 공용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아파트 전체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전기료가 산정되므로 세대 전기료와 공용부분 전기료를 어떻게 나눠 각 세대에 분담시킬지 문제된다. 특히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가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보다 누진 구간별 액수도 크고 누진율도 더 높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는 세대 전기료 산정에 어떤 단가를 적용하는지에 따라 부담하게 될 전기료가 상당히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아파트가 한국전력공사와 단일계약방식으로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도 세대별 전기료 산정은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하면서 분쟁이 발생한다.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초과 징수된 세대별 전기료로 공용부분 전기료 상당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가 되기도 하는 이런 방식은 상당히 많은 아파트에서 채택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과연 이런 방식은 적법할까?

아파트가 내세우는 명분은 이렇다. 단일계약방식의 경우 아파트 전체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료가 산정되므로 전기를 적게 쓰는 세대야말로 아파트가 납부하는 전체 전기료 절감에 기여한다. 그런데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전기료를 산정하면 세대별 전기료가 줄어드니 공동전기료 비중이 높아진다. 결국 전기사용량이 적은 세대들이 전체 전기료 절감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 오히려 전기료 부담이 가중된다. 반면 전기사용량이 많은 일부 세대는 전체 전기료 절감에 기여한 바 없는데도 전기료 부담이 감소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단일계약방식을 채택했다 하더라도 전체 전기료를 세대별로 배분할 때에는 주택용 저압요금을 적용하여 전기를 많이 쓰는 세대는 전기료를 많이 내게 하고 공동 전기료 비중을 낮춰 전기료 절감 혜택을 전체 세대에 고루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명분은 일부 입주자, 아마도 전기사용량이 많은 입주자들은 특히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아파트 역시 단일계약방식으로 전기공급방식을 변경하면서도 세대별 전기료 산정에는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했다. 위 아파트 관리규약은 전기료의 세대별 부담액 산정방법에 대해 공용시설 전기료는 ‘월간 실제 소요된 비용을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배분’하고, 세대 전기료는 ‘월간 세대별 사용량을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요금업무 처리지침에도 아파트 자체의 호별 배분은 고객의 자치규약 등에 따라 처리함을 원칙으로 하고 별도의 구체적 산정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다. 위 아파트는 세대 전기료 산정에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하도록 관리규약을 개정하려 했으나 전체 입주자 등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해 위 개정안은 부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한국전력공사에 실제 납부하고 있는 요금인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전기 사용량에 따른 금액을 납부하게 하고 나머지 공동전기료는 총액을 각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안분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반한 본 건 산정 방식은 불법행위 또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이를 배상하거나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심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으나 최근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하면서 위와 같은 산정방식에 경종을 울렸다(2021. 4. 29. 선고 2016다224879 판결). 대법원은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이 정한 사용료 등의 세대별 부담액 산정 및 징수 등 납부대행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을 구분해 각 납부대행액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안의 경우 단일계약방식 하에서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부담액을 과다 징수하고 그 잉여금을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하는 것은 목적 및 성격을 비롯해 관리책임주체와 비용부담재원이 다른 곳에 사용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단일계약방식을 채택한 경우 반드시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전기료를 산정해야 할까.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비 등(사용료 포함)의 납부 및 공개 등에 대해 상세히 정하고 있고(동법 제23조), 관리비 관리규약의 준칙에는 관리비 등의 세대별부담액 산정방법, 징수, 보관, 예치 및 사용절차가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12호). 위 사안은 관리규약에 세대별 전기료 단가에 대해 별도로 정하지 않은 경우였다. 만일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하도록 한 관리규약 개정안이 통과됐더라도 대법원은 같은 결론을 내렸을까 의문이다. 대법원은 소액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위 사건을 심리해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지만 관리규약에 세대별 전기료 단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사안이었던 점에서 여전히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단일계약 방식을 채택하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쟁을 피하고자 무조건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함으로써 논란이 불식될 가능성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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