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7월 말과 8월 초에 임대차 3법이 개정됐다.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요구제와 전월세상한제, 그리고 전월세신고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의미한다. 법 개정 이전에는 주택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갱신을 요구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한 차례에 한해서 임대차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임대차가 갱신되는 경우에 차임이나 보증금도 5%를 초과해서 인상할 수 없게 됐다. 

주택에서 거주하게 되면 주거에 관한 이익이 형성되는데, 이를 주거권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 곳에서 오래 거주하다 보면 여러 이웃과 관계를 맺고 살게 되며 주거공간과 주변의 장소에도 친숙하게 된다. 이러한 이웃관계와 친숙함이 주거권의 내용을 이룬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에 의해서 이러한 주거권이 좀 더 보호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에 언제나 임대인이 갱신에 응해야 한다면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2개월 분 이상의 차임을 연체하거나, 주택을 파손한 경우에는 임대인도 갱신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갱신거절을 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이익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갱신거절 사유 중에는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부모나 자식이 거주하고자 하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 임차인의 주거권도 보호할 필요가 있지만,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거주하고자 하는 소유자의 주거권도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임대인의 실거주를 갱신거절의 사유에 포함시킨 것은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실거주라는 갱신거절 사유와 관련해서 해석상 논란이 되는 점이 있다. 임대인은 당연히 자신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지만, 주택을 매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도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가 그러하다.

얼핏 본다면 기존의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듯이 새로운 임대인도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기간 동안에는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결론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일단 2년의 임대차기간이 끝나갈 무렵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가정해 보자. 원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차임의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임차인은 살던 집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임대인의 마음이 선한지 여부를 떠나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그에 따라 차임도 함께 급등하는 경우에 임대인이라면 누구나 차임을 올려 받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법의 개정으로 이제는 임차인들은 한 번에 한해서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임대인도 차임을 5% 이상 인상할 수 없으니 임차인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일단 2년간은 안심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임대인은 차임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게 돼 아쉬울 수 있으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법이니 그 결과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이익을 어떻게든 실현시키려고 하는 임대인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임대인은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로 인해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서 차임을 제한 없이 인상할 수 없게 된다면, 차라리 실거주하려는 매수인에게 주택을 매도하는 방법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이익을 실현하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수인도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장상황에서 임차인은 결국 살던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점을 고려해 국토교통부에서도 보도자료를 통해서 갱신요구 기간 중에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하급심 판결도 이러한 취지로 판결을 했다. 국토부의 보도자료와 하급심 판결의 취지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모처럼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규정했는데, 주택을 실거주자에게 매도하는 방식으로 갱신요구권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결론을 법문에서 명확히 해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면 좋았겠다. 특히 주택임차인 보호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법문에서 명확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다시 법이 개정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며, 결국 이 문제는 대법원에 의해서 최종적인 결론이 나게 될 것이다. 대법원의 결론이 갱신요구권을 인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한 결론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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