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관리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동주택의 관리는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 우선 건물 외적으로 하자가 드러나지 않고 청소를 통해 잘 정리정돈 돼 있다면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다만, 조건이 같은 공동주택이 시설물 관리 상태도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A단지의 경우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고 B단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소요됐다면 B단지의 경우 다방면으로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므로 추측컨대 B단지의 경우 A단지보다 관리 운영을 효과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여부는 누가 결정하는가?

공동주택의 관리가 잘 되는지 여부는 해당 공동주택의 거주자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만족도를 묻는 조사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막연하게 ‘귀하가 거주하는 단지의 관리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응답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리’의 범주는 제각기 다를 것이므로 단지의 청결상태, 관리 정보의 공개여부, 경비종사자의 친절도, 관리사무소의 민원처리 등 세부적인 질문을 통해 관리의 다양한 요소에 대한 만족 정도를 파악하게 된다.

이 또한 응답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돼 있지만 공동주택에서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관리의 수준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주택의 80%를 육박하는 공동주택은 그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시 환경의 수준을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유지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된 빈집이 주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이에 해당한다. 농촌의 노후화된 단독주택을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소규모 공동주택(맨션)이 행정집행으로 철거된 사례가 있을 정도이니 공동주택의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행정적인 지원과 지도감독의 노력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일본 도쿄의 경우 1983년 12월 31일 이전에 건축된 노후 공동주택 중에서 6세대 이상이라면 관리현황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관리현황은 관리조합, 관리자 등 관리책임이 있는 조직의 유무, 관리규약의 유무, 총회개최 여부, 관리비 및 수선적립금 여부, 계획수선의 실시 등 7가지 항목을 파악함으로써 관리부실의 징조를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신대지진으로 잘 알려진 고베시의 경우 관리현황을 신고하도록 하고, 원하는 공동주택에 한해 공동주택 구입 예정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정보를 공개한다는 의미는 어느 정도 관리가 이뤄진다는 방증이기도 해 관리상황을 시장에 의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나름대로 전반적인 관리수준 향상을 위해 시행한 제도는 2020년 법제도의 개정으로 관리계획 인증제도를 수립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관리계획 인증제도는 아직 시행 전이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맨션관리적정화추진계획을 수립한 경우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공동주택의 관리계획을 인증해 시장에서 공동주택의 관리가 평가받도록 하는 제도다. 관리계획의 내용은 장기수선계획의 계획기간, 장기수선계획에 근거한 수선적립금의 책정, 관리조합의 운영(총회, 이사회 등의 정기적 개최)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에서 공동주택 모범관리단지와 우수관리단지를 선정하고 있다. 평가항목은 투명한 관리비 운영 등 일반관리, 시설안전 및 유지관리, 공동체 활성화, 재활용·에너지 절약 등 관리 전반에 걸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2~3곳을 추천하면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최종 심사명단에 오르는 단지는 제한적이기에 일반 시민에게 전달되는 우수관리의 체감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 생각된다.

관리가 잘 되는지 여부는 거주자의 평가에 의해 이뤄지는 게 타당할 것이다. 다만, 거주자가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관리의 정도 이외에도 정책적으로 우수하게 관리된다고 평가되는 관리 사항을 거주자도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관심을 가진다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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