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시행사 하자판정 취소청구 항소심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로
예비전원장치 설치해야

“준공도면 따른 것” 주장에
“법령 어긴 설계상 하자” 지적

하자판정, 취소소송 대상 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자심사위’)가 “아파트 세대 내 월패드에 예비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하자”라고 내린 하자판정에 대해 시행사가 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기각됐다. 법원 또한 하자심사위와 마찬가지로 해당 건은 하자가 맞다고 인정했다.

하자심사위는 A사가 분양한 B아파트 입주민이 ‘거실 월패드에 예비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신청한 하자심사를 진행한 결과, 2019년 1월 30일 “월패드의 예비전원장치가 시공되지 않아 안전상, 기능상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미시공하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이하 ‘이 사건 판정’)

A사의 이의신청에 따라 진행한 재심의에서도 재심의 분과위원회의 판단이 같아 이의신청이 기각됐다.

재심의 위원회는 “B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는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해당한다”며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 따르면 정전 시 예비전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사는 “B아파트의 사용검사도면이나 분양계약서에는 월패드 시공 시 반드시 예비전원장치까지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고, 본사가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부 네트워크 기능만을 탑재해 설치한 월패드는 법령에서 말하는 ‘지능형 네트워크 설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예비전원장치의 미설치를 월패드 관련 하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하자라고 본 이 사건 판정은 위법하다”고 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B아파트 월패드에 예비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하자로 판단된다”며 “하자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선 원고 A사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기각 판결을 내렸고, 지난 4월 21일 나온 서울고등법원 제4-3행정부의 항소심 판결도 같았다.

주택법과 건축법에 따르면 주택에 딸린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는 주택법상 부대시설로서, 사업주체는 법령에서 정한 설치기준에 따라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주택법의 위임을 받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은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주택의 성능과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세대 또는 주택단지 내 지능형 정보통신 및 가전기기 등의 상호 연계를 통해 통합된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설비’라고 정의한다.

이를 근거로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B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는 세대 내 조명스위치 기능, 난방제어 기능, 가스감지 및 가스밸브 제어 기능 등을 갖고 있는 바, 이는 정보통신 및 가전기기 등의 상호 연계를 통해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설비로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에 해당한다”고 지적, “원고 A사가 월패드 설치를 진행한 이상 그 설비는 관계법령에서 정한 설치 및 기술기준에 적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위임에 따른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서 홈네트워크 장비 중 하나인 월패드에는 정전 시 예비전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음을 설명한 뒤, “B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에 예비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사는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했으므로 하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법령에서 정한 기준은 지능형 홈네트워크가 통상 갖춰야 할 최소한의 사항을 정한 것이므로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은 설계상의 하자에 해당한다”며 “준공도면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하자가 아니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분양광고에 시스템 내용 있어
‘계약상 하자’ 해당

이와 함께 재판부는 B아파트 분양광고에 ‘원격제어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다는 취지가 포함돼 있는 점에 대해 “이는 앞서 본 정의규정에 따라 법령에서 말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뒤, “일반적으로 분양광고의 내용이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사회통념에 비춰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는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계약 시에 이의를 유보했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원고와 B아파트 수분양자 사이에 분양광고와 달리 계약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의 완비는 계약 내용에 포함된다 할 것이고, 그중 월패드에 예비전원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불완전 이행으로 계약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판정 적법성 다퉈 분쟁 해결”

한편 하자심사위는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와 관련해 “하자심사위는 법령에 의해 행정권한을 위임, 위탁받은 독립된 행정청이 아니고 단지 자문위원회에 불과하다”며 “하자심사위가 한 하자판정은 이미 존재하는 하자보수의무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해 당사자의 권리의무에 직접 변동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이라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 하자심사위의 하자판정은 신청인의 하자심사신청 사항이 하자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결국 원고 A사에 구체적인 기한을 정한 하자보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고, 이는 법령의 수권에 따른 피고의 사무로서 행해진 것”이라며 “원고는 위 의무를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될 위험에 놓이게 되고, 하자판정으로 인해 장차 공동주택의 여러 이해관계인과 각종 분쟁이 이어질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따라서 하자판정이 이뤄진 단계에서 당사자로 하여금 미리 그 적법성을 다퉈 법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돼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며 “피고의 하자판정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소송인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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