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적법 업무 수행 중 발생한 분쟁
입주민 전체 이익과 관련 있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 동대표 선거에서 낙선된 이의 고소로 재판을 받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변호인 선임료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요구, 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상근)은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 C씨를 상대로 “연대해 3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원고 B씨에게 1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C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018년 5월 D동 동대표 후보로 나선 C씨에 대해 홍보물 문구 수정을 요청했으나 C씨가 응하지 않자 선관위 의결을 통해 문제가 되는 문구들을 삭제한 후 공고했다.

선관위가 문제로 삼은 문구들은 ‘입후보하게 된 동기’ 내용 중 ‘비양심적인’, ‘결탁하여’, ‘마음대로’,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비호세력의 집요한 방해로’ 등으로, 선관위는 이러한 문구가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후 선거에서 낙선한 C씨는 B씨에 대해 “2018년 5월 28일 선관위원장으로서 선거관리업무를 집행함에 있어 본인의 동의 없이 홍보물 내용 중 일부 문구를 임의로 삭제해 수정된 홍보물을 제작해 공고한 것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B씨를 고소했다.

이에 따라 진행된 재판에서 B씨는 무죄 판결을 받고 검사의 항소 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해당 재판에서 B씨는 1심과 항소심 변호사 선임료로 각 550만원씩 총 1100만원을 써 이에 대한 지원을 대표회의에 요청했으나 해당 안건은 대표회의 총원 23명 중 7명만 찬성해 관리규약상 의결정족수(12명) 부족으로 부결됐다.

이에 B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대표회의와 C씨에 변호사 선임료 1100만원을 구하는 한편, 형사고소를 당한 2018년 5월 28일부터 약 2년간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이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도 요구했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B씨에 변호사 선임료를 지원하는 것이 맞다며 11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B씨가 선관위원장으로서 선거관리업무를 적법하게 수행하다가 선관위의 업무처리에 불만을 가진 입후보자로부터 고소를 당함으로써 법적분쟁이 발생했고, 이러한 법적 분쟁에 대응하는 것은 아파트 대표회의는 물론 입주민 전체를 위한 이익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이는 고소 및 법적분쟁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서 A아파트 관리규약 제51조 또는 제79조에 의해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A아파트 관리규약 제51조는 선관위 운영예산에 선거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토록 하고 있으며, 제79조는 잡수입 우선 지출항목에 ‘소송비용’을 포함하면서 ‘입주자 등의 전체 이익에 부합해야 하며 소송 대상자, 목적, 소요비용, 손익계산 등에 대해 사전공지 후 입주자 등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동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사무는 대표회의 구성 및 운영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올바르게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입주민들의 민주적인 아파트 운영 자치능력을 향상시켜 주는데 기여하는 것인 만큼 입주자 전체의 이익을 위한 공적인 업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 C씨가 제출한 홍보물 중 삭제된 문구들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전 기수 동대표들이 금전적으로 거액의 부정한 업무처리 또는 횡령을 한 것으로 오인하도록 할 여지가 있어, 그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구 수정을 요구한 것은 선거관리업무의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가 선관위원장으로서 홍보물에 대한 수정 요구 및 C씨의 수정 거부에 따라 최종 홍보물을 제작, 공고하는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고 관리규약 및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한 선관위의 적법한 의결절차를 거쳐 결정을 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대표회의, 선관위 등과 같이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해 결성된 단체의 구성원이 돼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단체에서 변호사 보수를 지원해 부당한 고소 및 법적분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단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체의 이익을 위해 행한 업무집행과 관련해 고소를 당해 무죄판결까지 받았음에도 고소와 법적분쟁에 대항하기 위해 선임한 변호사 보수마저도 개인적으로 부담하게 한다면, 선의를 갖고 단체를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뒷받침했다.

C씨 고소, 부당하지는 않아

그러나 재판부는 위자료 청구의 경우 “변호사 선임을 위해 지출한 재산적 손해의 배상을 인정하는 이상 이와 같은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해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거나 피고 대표회의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B씨가 “부당한 허위고소를 당했다”며 제기한 C씨에 대한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씨가 고소한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결정 또는 무죄판결이 선고되기는 했지만 C씨의 고소가 고소권을 남용한 부당한 허위고소라거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는 수사 결과 수정된 홍보물 제작공고와 관련해 B를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의 공소사실로 기소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러한 점과 그 밖에 C씨가 B씨를 고소하게 된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춰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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