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

“입주민 차량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인 죄.”

경비원 A씨는 입주민 차량에 주차위반딱지를 붙였다는 이유로 입주민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폭행을 당해야만 했다.

당시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해당 입주민은 경비원 A씨에게 “당신 같은 사람은 말할 건덕지도 없다. 이 XX. 네 주인이 누구냐”고 성을 내면서 그의 어깨를 수 차례 가격했고, 이러한 폭언과 폭행은 5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A씨에게는 ‘아파트에 출근하면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고, 이로 인해 A씨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정도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고야 말았다.

이미 2014년에 입주민의 모멸적인 언행에 괴로워하던 경비원이 아파트 내에서 분신자살을 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입주민들의 갑질로 인한 아파트 관리업무 종사자의 고통은 아직도 현재진행 중에 있음을 우리에게 확인해주고 있는 사건이다.

입주민의 갑질에 괴로워하던 A씨는 근로복지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 입주민의 갑질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로 인정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산재 승인을 낙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공단은 A씨가 겪은 피해를 ‘외상성 신경증’으로 판정하고 A씨에게 산재승인을 내려줬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으로 인해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가 이러한 업무상 재해를 원인으로 요양급여 등을 신청하면 공단에서는 재해조사 후 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재 여부를 판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단은 “업무와 관련해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입주민의 폭언 및 폭행으로 인해 A씨가 진단받은 ‘외상성 신경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다.

공단의 산재 승인을 받은 A씨는 병원 치료비는 물론 이번 사건으로 근무하지 못한 기간 동안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더구나 당초 A씨가 폭언과 폭행의 당사자인 입주민을 고소했음에도 검찰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했으나, 그 후 법원이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산재 보고서를 근거로 가해자에 대한 기소를 명하는 재정신청 인용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한 공단은 A씨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입주민에게 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의 반환을 구하는 구상권 행사도 가능한바, A씨에게 갑질을 행사한 입주민은 공단으로부터 민사상의 구상권 청구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제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에게 입주민의 갑질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을 경우 민형사상의 구제 수단을 행사하기에 앞서 공단에 산재 신청서를 먼저 제출해 볼 것을 적극 권유한다.

왜냐하면 갑질로 인한 피해를 민사와 형사를 통해 구제받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 험난한 구제 절차를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승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피스텔 입주민이 관리소장에게 협박과 모욕을 하기 시작했고, 그 후 주기적으로 관리사무소를 찾아 난동을 피운 사례가 있었다.

이에 관리소장 B씨는 난동을 피운 입주민을 고소했고, 이로 인해 입주민이 약식명령 벌금형을 받게 되자 관리소장에 대한 위협은 더 심해졌다.

관리소장 B씨는 이러한 입주민의 횡포로 인해 공황장애 등을 앓게 돼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결국 관리소장 B씨는 입주민을 다시 고소했고, 오랜 재판 끝에 법원은 입주민에게 협박 및 모욕, 업무방해, 문서손괴, 무고, 폭행 등 5가지 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B씨는 형사 고소와 별도로 입주민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해 입주민에게 정신적 피해보상 등의 명목으로 2000만원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민사소송의 대원칙은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피해의 발생 및 그로 인해 구체적인 손해액수를 입증해야 한다.

더구나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의 입주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공동주택 종사자들에게 입주민의 갑질 사례가 발생할 경우, 앞으로는 비교적 절차가 간소하고 피해자가 입주민을 상대로 직접 법적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산재 절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주택관리사협회 등은 협회 소속의 관리사무소장이나 관리직원들이 갑질 피해를 당했을 때 산재 승인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