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 마음속에 있다는 것

‘정’으로 유명한 초코과자의 광고 노랫말 가사다. 광고는 군대 가는 삼촌 가방에 몰래 초코과자와 편지를 넣어놓거나, 이사 가는 소녀가 경비실에 초코과자와 편지를 놓고 가는 등 우리 생활 속에서 고마움을 표현할 대상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푸근한 상황을 연출했다. 

한국인의 정서상 시시콜콜하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큰 공감을 준다. 광고에서와 같이 상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에 편지와 약간의 선물은 무척 효과적인 일이다. 이런 경우에는 말하지 않아도 고마운 마음이 충분히 전달될 테다.

반면, 화나고 속상한 마음은 어떤가. 그저 내 처지와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 기다리다 보면 불편한 마음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나마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가 생긴다면 풀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흔히 일어나는 주민 간의 갈등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동주택에서는 층간소음을 필두로 간접흡연, 주차문제 등 이웃의 행동에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생활상의 매너 문제는 사회적인 갈등으로 발전했다. 공동주택 생활문제는 이웃 간의 갈등에 그치지 않고 층간소음 민원을 접수하는 관리 종사자와의 갈등으로도 발전되는 양상이다. 2013년 주택법 개정으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방지 규정이 신설돼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이 정해졌고, 2017년 공동주택관리법에 간접흡연의 방지에 관한 규정이 신설됐다. 내 집에서 나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생활이 제도적인 차원에서 다뤄졌다.

공동주거의 관리는 개별성을 가진다. 공동주택의 세대 수만큼 다양한 생활양식을 가지는 가족이 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느끼는 공동생활규범의 정도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생활상 문제의 발생 정도도 다르다. 그렇다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만으로는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은 사람 사이에 배려와 이해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불편함의 불씨가 생겼을 때 바로 진화할 수 있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층간소음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서울시에서 도입한 ‘토닥토닥 톡톡’ 게시판이 시민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양해, 나눔, 공유 등의 카드에 필요한 내용을 적어 우편함에 꽂아놓거나 게시판에 게시를 하면 해당 내용과 관련해서 답장 카드를 쓰거나 의견을 제시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가피하게 이웃에 피해를 주게 될 때 메모를 전달해서 미리 양해를 구할 수 있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할 여지를 준다.

위와 같은 대화법을 통해 층간소음과 같은 생활상의 문제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초코과자의 광고문구도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로 바뀌었을 만큼 시대가 바뀌었다.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간접 대화법으로 공동체 의식의 형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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