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수원지법 평택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비 횡령 사건이 매년 끊이지 않고 있어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 게시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비리를 폭로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 없이 관리비 지출금액만 보고 비리 폭로 글을 게시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법적 다툼에 휘말릴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양형권 부장판사)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장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유인물을 구분소유자에 발송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강서구 A건물 관리단조직구성추진위원장 B씨 및 총무 C씨에 대해 “피고인들을 각 벌금 70만원에 처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와 C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B씨, C씨는 2018년 6월 입주자대표회장 D씨를 회장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새로운 관리단을 구성하려는 목적으로 D씨가 ▲경비원 근무를 하는 핑계로 영수증을 써주고 70만여원을 관리비에서 무단 인출 ▲전기대행업자에 리베이트를 요구해 거절당하자 E와 공모해 전기대행용역게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소송을 당해 패소돼 위약금 540만원을 관리비에서 물어줌 ▲입주민과 다투고 치료비 명목으로 총 470만원을 관리비 통장에서 인출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 ▲입주민 개인과 개인 간에 사적으로 소송당해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730만원을 관리비에서 인출 ▲A건물 도색과 관련해 타 빌딩, 아파트 공사금액과 비교할 때 너무도 과도한 금액에 도색업자를 선정해 부풀려진 공사비를 지출했다는 내용을 기재하면서 ‘D씨가 수년간 입주민들을 속이고 관리비를 개인 돈인 양 쓰는 등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적힌 유인물을 작성해 등기우편으로 구분소유자 148세대에 발송했다.

하지만 검사는 “D씨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및 입주민 사전 고지를 거치는 등의 절차에 따라 관리비를 경비업무 수행비용, 위약금, 치료비, 변호사비용, 공사비 등 목적으로 집행했을 뿐 유인물에 기재된 내용처럼 무단으로 유용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B,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B, C씨와 변호인은 “D씨는 적법한 관리인이 아니므로 유인물 내용은 진실한 사실이고 과도한 도색공사 비용 지적 내용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며, 입주민들 전체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작성한 유인물에는 ‘회장이 관리비를 개인 쌈짓돈처럼 쓰고 있고 피 같은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다’, ‘관리소장과 공모 비리를 계속 저지르고 있어 불법과 횡포를 종식시키고 입주민 재산피해를 막고자 관리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는 등의 문구가 기재돼 있다”며 “유인물의 전체적인 취지로 보면 범죄사실 기재 문구는 ‘D씨가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임의로 돈을 인출해 관리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해 횡령행위를 하거나 거래처에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요구하다가 오히려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과도하게 부풀려진 금액에 공사계약을 체결해 손해를 입히는 등 배임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읽힐 뿐 변호인 주장과 같이 D씨가 적법한 관리인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유효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단 인출한 것이라는 등의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비원 근무 관련 관리비 인출’ 내지 ‘입주민과 다투고 치료비 명목으로 관리비 인출’ 내용의 경우 D씨가 업무상횡령 및 업무상배임 등으로 고소됐다가 이미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당시 피고인 C씨는 대표회의 전 회장과 함께 검찰 항고했다가 그 항고가 기각되기까지 했다”며 “특히 입주민들에게 경비원 근무 관련 관리비 인출 등 내용을 기재한 유인물을 배포한 전 회장은 2018년 1월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선임비용 730만원은 개인과 개인 간에 사적으로 피소된 것이 아니라 관리업무와 관련된 소송비용으로 대표회의를 거쳐 지출된 것이고 도색공사도 공개입찰을 거쳐 최저가로 입찰에 참가한 업체를 선정한 것임을 B, C씨도 알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또 공사비용이 과도한 금액이라고 볼만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A건물(아파트)은 주택법이 아닌 집합건물법 적용을 받는 150세대 미만 집합건물이나, 입주민들은 적용 법률에 대한 착오로 인해 2001년 11월 사용승인 후 D씨에 이르기까지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공동주택처럼 나름의 관리규약을 갖추고 대표회의 체제를 통해 아파트를 관리해 왔다”며 “D씨가 법률상 적법한 관리인이 아니고 관리규약이나 대표회의 체제가 법률상 유효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D씨는 나름의 관리규약에 따라 대표회의를 통해 대표자 업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B, C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판결도 같았다.

소장 횡령사실 없음에도
비리 폭로 글 게시 ‘명예훼손’

이와 함께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판사 김봉준)은 ‘관리소장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글을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경기 안성시 F아파트 이장 G씨와 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행 H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G씨와 H씨는 평소 동대표 선출에 관해 관리소장 I씨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던 중 I씨가 택시비 지급청구를 한 것을 빌미로 I씨가 아파트 공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허위사실을 입주민들에게 유포했다.

이들이 아파트 동 엘리베이터 게시판 및 관리실 벽면에 부착한 ‘관리소장의 특권 비리를 폭로한다’는 제목의 글에는 ‘F아파트 관리규정에 교통비 지급규정이 있습니다. 규정에 의하면 안성시내 5000원, 공도 4000원으로 규정돼 있는데 관리소장은 뻔뻔하게도 교통비 지급대장에 1만원, 2만6400원을 기재했습니다. 관리규약을 무시하고 관리비가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사용하고, 저는 회장 대행으로서 이런 사람을 관리소장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관리규약 등에는 ‘안성시내 5000원, 공도 4000원’ 등 교통비 지급에 관해 별도 규정이 없었고 소장 I씨는 2019년 8월 교통비 지급내역 대장에 ‘안성경찰서 범죄경력 확인’을 업무내역으로, 2만9200원(택시)을 발생금액으로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5000원을 지급받았다.

이장 G씨는 “관리소장이 교통비 지급 관행을 무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주민에게 알려 전횡을 막겠다는 생각에 공고문을 게시한 것”이라고, 회장 직무대행 H씨는 “G씨가 공고문을 게시하는 데 동의해 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리규약에 별도로 교통비 지급기준도 없는데다가 당시 I씨가 이를 초과하는 교통비를 지급받은 사실도 없었던 이상 공고문의 내용은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의 사실이고 피고인들로서는 사실여부를 그 지위에서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 공고문을 작성해 게시한 것이어서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할 것”이라며 “공고문의 주된 취지는 I씨가 관리소장 지위를 남용해 관리규정을 무시한 채 관리비 등을 함부로 유용하는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으로, 이는 관리소장으로서의 직무수행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입주민들의 신뢰를 훼손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라면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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