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판결

표지물 관리·철거 권한
관리소장에 있어

절차상 하자 시비 등에 대해
다른 방안 강구했어야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이용제 판사)은 아파트 관리소장이 엘리베이터 내에 부착한 ‘보궐선거가 무효임을 알리는 안내문’ 등을 떼어낸 아파트 동대표 3명에게 재물손괴죄를 물어 각각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에 ‘입주자대표 보궐선거 관련 행정지도 사항이 기재된 시청공문사본’과 ‘보궐선거가 무효임을 알리는 안내’ 52장을 부착했다.

이 문서를 떼어낸 동대표 C, D, E씨는 “관리소장 B씨가 붙인 문서에 당시 진행 중이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보궐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문서를 철거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관리소장 B씨가 엘리베이터에 문서를 부착한 것과 관련해 “공동주택 관리규약상 지정된 장소에 설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물손괴죄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공동주택 관리규약 제53조 등을 근거로 “아파트 내 설치된 표지물 등에 관한 관리·철거 등 권한은 원칙적으로 관리소장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안양시로부터 ‘선거관리규정 제31조 제5항, 제32조 제2항을 준수해 보궐선거를 진행해야 함’을 알리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이 아파트 선관위가 실시한 입주자대표회의 보궐선거는 선거관리규정 제31조, 제32조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리소장 B씨가 붙인 이 사건 문서는 “이 사건 보궐선거의 절차상 하자와 무효를 주장하는 내용의 ‘안내문’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동대표 3명이 이 문서를 철거한 이유는 절차상 하자의 여지가 있는 보궐선거를 강행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궐선거일 시작 전부터 적법 여부를 두고 관리소장 B씨와 선거관리위원회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2019년 8월 6일경부터 보궐선거를 공고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선거관리위원회로서 보궐선거의 절차상 하자 여부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향후 있을 수 있는 절차상 하자 시비 등에 대해 게시 안내문을 무단으로 철거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대표 3명의 이 행위는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법익 균형성, 보충성 등의 이유로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면서 “각 벌금 50만원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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