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사업주체와 체결한 위·수탁 관리계약이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후 타 업체가 선정됨에 따라 1년이 채 되지 않아 종료됐다면, 관리업체는 사업주체로부터 계약 위탁자 지위를 승계받은 대표회의에게 근로자 퇴직적립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4-3민사부(재판장 최미복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 달성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 위탁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747만여원을 지급하고 제1심 판결 중 이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5년 12월 A아파트 사업주체와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해 2016년 6월부터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2016년 10월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그해 11월 위탁관리로 공동주택 관리방법을 결정하고 다른 업체를 선정, B사는 12월 말 관리업무를 종료했다.

B사는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인건비 등을 청구했고 청구내역에는 퇴직적립금이 포함돼 있었는데, 1년이 되지 않아 관리업무가 종료됨으로써 B사는 1년 미만 직원들에 대한 퇴직적립금 총 2072만여원을 보유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대표회의는 위·수탁 계약을 승계해 B사와는 위임관계에 있는데, B사가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선급비용으로 받은 퇴직적립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B사는 부당이득으로 2072만여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사업주체로부터 관리업무를 위임받은 것이지 대표회의와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지 않고 사업주체와의 계약은 대표회의에 승계되지 않았으므로 대표회의는 퇴직적립금 반환을 구할 청구 권원이 없다”며 공동주택관리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관리용역비는 전적으로 B사에 귀속된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B사에게 2072만여원을 대표회의에 지급하라고 주문했지만, B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위·수탁 관리계약 승계 여부에 ▲사업주체는 구 주택법에 따라 A아파트를 관리하기 위해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사업주체 의무관리 기간은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인 점 ▲위·수탁 관리계약에 의하면 사업주체의 대표회의로의 관리권 이양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입주예정자 과반수가 입주한 시기는 불분명하나 대표회의가 구성된 이후에도 B사가 관리업무를 계속해 수행한 점 ▲B사는 사업주체가 아니라 수신자를 A아파트로 해 용역비를 청구해 왔고 2018년 12월 전자세금계산서를 원고 명의로 발행한 점 ▲대표회의 회장이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용역비 최종결재를 하는 등으로 대표회의가 위탁자로서의 관리업무를 한 반면 사업주체는 대표회의가 구성된 시점 이후로 관리 업무를 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원고는 입주자 과반수가 입주한 무렵부터 적어도 원고가 구성된 때 사업주체로부터 위·수탁 관리계약상 위탁자 지위를 승계했다”고 인정했다.

위임관계에 기한 선급금 반환 의무에도 “관리계약에 의하면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주택법과 민법상 위임규정, 기타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처리하거나 또는 소외 회사와 피고가 협의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돼 있어 원고와 피고는 민법상 위임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수임인은 위임인에 대해 위임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비용의 선급을 청구할 수 있고 선급비용이 남았을 때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위임인에게 이를 반환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피고가 수령한 퇴직적립금은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선급비용으로서 실제로 지출되지 않았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는 퇴직적립금 및 그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칙적으로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입주자들인데 입주지정기간 동안 미입주세대에 대해서는 사업주체와 입주자들 사이의 개별적인 약정에 따라 사업주체가 관리비를 대신 납부하도록 했고 그에 따라 사업주체가 326만여원을 부담했다”며 “사업주체가 원고에게 위·수탁 계약을 승계하면서 소외 회사가 부담한 퇴직적립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원고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의사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주자들이 사업주체와 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B사가 수령한 관리비를 B사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해 퇴직적립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B사의 주장에는 “관리계약에 의하면 관리비 부과 및 징수에 관해 구 주택법에 의거 입주자가 부담하는 관리비의 부과 및 징수는 동법 시행령 및 사업주체의 규정에 따라 시행한다는 취지를 명시했는데, 구 주택법은 사용료 등의 내역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관리주체의 사용료 등의 부과·징수에 관련한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계약에서 피고의 관리비 수납,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정리해 사업주체뿐만 아니라 입주자의 요구가 있을 때에도 즉시 열람할 수 있도록 정했고 피고는 퇴직적립금을 포함해 각 항목을 구분해 관리비를 산출하고 이를 사업주체 또는 대표회의로부터 승인받아 온 점 등에 비춰, 귀속 규정은 용역의 대가로 지급받은 관리용역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규정일 뿐”이라며 “피고가 향후 지출될 비용이라고 거래상대방에 대해 표시해 산출한 관리비 중 실제로 지출되지 않은 선급비용인 퇴직적립금까지 피고에게 귀속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관리업체 B사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함에 따라 위탁관리업체의 퇴직적립금 반환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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