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 입주민·관리직원 간 상생 방안 모색

“관리사무소 위상 변화와  공동체 활성화가 답”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해 한 해 동안 공동주택 관리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요 이슈는 단연 ‘갑질’이었다. 아파트 경비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문제이지만 지난해에는 경비원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리소장의 피살로도 이어지며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갑질 방지 선언문’.<사진제공=성북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관리직원들에 대한 극단적인 괴롭힘 사례는 일부 입주민의 일탈 행위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동주택에서 근로자들을 무시하는 권익 침해 사례가 크건 작건 자주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경비원을 포함한 관리직원들을 입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돕고 시설 관리 등을 대신해주는 전문가나 직원으로 보지 않고, 입주민의 관리비로 월급을 주기 때문에 마음대로 지시를 해도 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또 이러한 인식은 아파트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조건으로도 이어진다. 많은 단지에서 근로자들의 휴게실 등 개선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입주민 갑질과 근로자 권익 침해 문제를 해결하고 입주민, 관리직원 간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아파트 내 괴롭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관리직원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관리직원들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입주민 인식 제고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제시된 바가 없어 전문가들의 연구 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자체 등의 입주자대표회의 교육을 통해 상생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정도다.

성북구 ‘동행(同幸)’ 사례 주목돼

그동안 실천된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 성북구 아파트들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성북구는 성북형 상생아파트 브랜드 ‘동행(同幸)’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한 여러 토론회와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내 많은 아파트들이 2015년 성북동아에코빌아파트에서 시작한 ‘동행(同幸)계약서’를 기존의 아파트 용역관련 계약서 대신 사용하고 있다. 갑과 을이라는 상·하 개념에서 벗어나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작은 부분에서부터 인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북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이하 ‘성아연’)는 2016년 경비원에 대한 갑질 방지 등을 위해 ‘동대표 윤리강령’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14일에는 관내 동대표, 입주민들과 함께 ‘공동주택 근로자 갑질방지 선언’에 나서기도 했다. 갑질방지 선언문에는 ‘공동주택 근로자에게 따뜻한 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언이나 폭행 또는 막말을 하지 않으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등 서로 상생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성아연 손성호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들이 앞장서서 더 이상 공동주택 근로자는 아파트 관리비용이 아니라 입주민을 도와주는 고마운 분이라는 인식 전환을 이끌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아연은 ‘동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파트와 계약하는 업체 관계자들과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이 상생을 위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갖거나 동대표들에게 윤리강연회를 진행하는 등 인식 변화와 상생 분위기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가고 있다. 또 성북동아에코빌아파트, 석관두산아파트 등의 경우 아파트 입주민들이 전기 절약 등을 통해 절감한 관리비로 경비원 고용 유지를 이끌어 모범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성아연 손성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주택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 “각종 아파트 공사 관련 업체, 관리회사, 관리소장, 동대표 등 아파트 관리를 위해 필요한 많은 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한 뒤 입주민들을 위해 함께 행동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근로자 전문성·역량 강화 필요”

공동주택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의 아파트 근로자들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관리사무소의 자체 노력을 통한 역할과 위상,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축, 대규모 아파트 등에서 ‘관리사무소’라는 이름 대신 ‘생활지원센터’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를 ‘주거행복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재개소한 것이 이러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LH의 경우 관리사무소의 역할이 단순 관리업무에 그치지 않고 입주민을 위한 주거서비스 제공과 공동체 행복 지원으로까지 확장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은 “관리사무소를 단순히 민원을 제기하고 불만을 표출하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고 입주민 생활과 시설 유지관리 등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을 받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 복장 등을 단정히 하고 통일성을 갖추며 보여지는 면들에서 전문성이 비춰지도록 하는 한편, 관리직원들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관리소장 배치 시 입주민 게시판 등을 통해 인사말을 남기며 구체적인 관리업무 수행 계획을 밝히는 등 시설물 관리 등에 대한 전문성을 알리고 입주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은난순 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소비자주거학전공)는 “입주민들에게만 인식과 태도 변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관리직원들이 역량을 높이며 관리사무소의 역할 변화를 꾀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관리 관련 기술 자격증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주거복지 전문가 관련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역량 강화에 대한 노력을 스스로 하면서 단순히 잘못된 곳을 고치는 등의 업무를 하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 교수는 입주민과 근로자 간 상생 강화를 위해서는 아파트 공동체의 활성화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체 활성화가 잘 된 아파트일수록 입주민들이 서로 도우며 관리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은 교수는 “일부 갑질 입주민들을 제지할 수 있는 것도 결국에는 같은 입주민들”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전체적으로 상생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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