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안내문 설치 등 주의의무 이행 강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주차장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차량 미끄러짐, 천장 높이가 낮음에 따른 트렁크 파손 등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표지판, 안내문 설치 등 입주자대표회의의 주의의무를 강조하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차장 사고 방지를 위해 안내문 설치 등 조치를 한 사례에는 사고 책임을 물지 않은 반면, 조치를 다하지 않은 대표회의에게는 절반의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2민사부(재판장 정철민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화성시 A아파트 입주민과 자동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B사가 입주자대표회의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C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2018년 12월 차를 운전해 주차장으로 올라가던 중 주차장 바닥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벽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입주민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B사는 입주민에게 차량 수리비로 99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B사는 “사고가 일어난 주차장은 바닥이 에폭시 수지로 설치돼 있어 미끄러운 특성이 있고 수많은 기둥과 벽으로 이뤄져 있으므로 주차장 관리 및 유지보수를 책임지는 대표회의로서는 더욱더 세심한 관리를 통해 차량의 이동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미끄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대표회의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C사에게 구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대표회의가 주차장을 관리함에 있어 주차장의 위험성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주차장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아파트 주차장 입구 및 현장에 ‘미끄럼주의’, ‘서행’이라는 안내문과 LED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며 “주차장 바닥이 에폭시 수지로 설치돼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대표회의가 에폭시 수지와 관련한 미끄럼방지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사고 당시 주차장 바닥에 물기나 서리 등이 있어 미끄럼방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장소는 도로 폭이 좁고 층간 경사로 입구는 90도로 급격히 꺾이는 곳이어서 운전자로서는 서행하면서 조향장치를 정확히 조작해야 하는 곳인데, 동영상상으로 D씨가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과 같은 장소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주차장 사고 방지 미흡에 대한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을 물은 판례도 있었다.

대구지방법원(판사 홍승철)은 최근 대구시 D아파트 입주민과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E사가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88만여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4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아파트 주차장은 일부 구역의 높이가 낮았는데, 입주민 F씨가 이 구역에 차를 주차한 후 원격조정 장치를 이용해 트렁크를 열다가 스프링클러 배관 부분에 부딪쳐 트렁크 부분이 파손됐다.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가 주차장의 관리자로서 주차장 이용자들에게 주차장 사고 발생 장소에 가능한 차량의 높이를 고지하고 이용자들의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의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주차장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대표회의의 책임을 물었다.

다만, 재판부는 ▲입주민 F씨가 주차장을 계속 이용해 와서 그 구조 등을 잘 알고 있었던 점 ▲사고 발생 장소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의 높이가 매우 낮은 점 ▲F씨는 몇 년 전에도 사고 장소 부근에서 차량이 벽체에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한 적 있었으므로 주차 시 주차 공간의 높이가 매우 낮은 데 따른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주의해야 했던 점 ▲그럼에도 SUV차량을 이 공간에 주차한 후 차 안에서 원격조정 장치로 트렁크를 열다가 사고가 발생한 점에서 대표회의의 책임비율을 5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44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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