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들이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그동안 아파트 경비원들은 많은 업무를 도맡아 해왔다. 방범·안전관리라는 주된 업무 외에 청소, 택배관리, 재활용분리수거, 주차관리 등 여러 업무를 함께 해왔다.

그렇지만 현행 경비업법은 경비원의 업무를 ‘경비’로만 한정하고 있다. 경비업법상에는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이 공동주택 경비원의 일상적 업무와 상충됐던 것이다. 오랫동안 여러 사정을 감안해서 아파트 경비원의 이런 겸무가 용인돼 왔다.

묵시적으로 관행처럼 양해돼 오던 것이 변화를 보인 건 2년 전 법원의 엄격한 법 적용 판결 이후다.

법원의 판단 이후 경찰청은 지난해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지시했고, 각 지역 경찰청은 관할 구역 아파트 단지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

이 계고를 받고 나서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크게 동요했다.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비 업무’만 보는 경비원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법을 따르자니 공동주택 관리 업무가 크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고, 안 지키자니 불법행위를 지속하는 것이라 관리업계에서는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봉합되지 않자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공동주택 관리업자에 대한 경비업법 계도기간을 일단 12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입주자대표회의 단체와 관리주체 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경비업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상충으로 불거진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입법 미비 및 불안정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회가 나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9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연데 이어, 11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공동주택 경비원의 경비업법 예외 규정’을 새로 담은 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공동주택의 경비원 업무 현실을 반영해 앞으로는 경비업무 외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경비원 업무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오랫동안 논란이 컸던 ‘갑질’ 논란 해소에도 변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개정안에는 아파트 경비원을 ‘주민 갑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에게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게 하는 금지 조항을 명확하게 했다.

이제 큰 고비인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변화의 물꼬가 트여 다행이다. 관리업계와 당사자인 경비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파트 경비원 업무 범위 제한 문제가 공론화돼 법개정으로 연결된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공동주택관리법에 부당한 지시를 한 입주민을 처벌할 조항이 따로 없는 등 아직 입법미비 관련한 지적도 있다.

아무쪼록 남은 과정인 국회 본회의 통과와 관련 법령 정비 등 후속 조치가 곧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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