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우리로 주규환 변호사

최근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무인 시스템으로 보안 업무를 대체하는 아파트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필자 거주 아파트의 경우 동마다 2명의 경비원이 격일제 교대근무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거주 아파트 단지의 해당 동에 근무하는 교대 근무 2인의 경비원 중 한 명이 최근에 퇴직했다.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모든 회사나 직장 생활에서처럼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에 있어 회자정리라는 생각이 든다. 또 심훈의 상록수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사람 든 자리는 표가 안나도 난 자리는 표가 쉽게 난다. 그동안 필자의 거주 동에 근무한 여러 경비원들이 바뀌었음에도 최근에 퇴직한 그 경비원이 유독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것은 그 경비원이 일상생활에서 보여 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행동들이 필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70세 가까이 돼 보이는 그 경비원은 필자 거주 해당 동에서 거의 5, 6년 동안 꽤 오래 근무한 것으로 기억한다. 출퇴근 시간에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고,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등 항상 편안하고 웃는 얼굴로 필자를 포함해서 해당 동 입주민들을 대해 줬던 것이 지금에 와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관리규약 개정 시나, 동대표 선거 방문투표, 기타 입주자대표회의 주관의 여러 안건에 대한 서명 징구 시에도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입주민들의 서명을 끌어내는 업무능력에 대해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

그 경비원은 퇴직하는 날 오후에 경비동 창문에 그동안 입주민들의 호의에 감사하고 입주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문구를 직접 손으로 작성해서 붙여 놓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든 그 경비원 분이 항상 건강하고 건승하길 빈다.

한편, 경비업의 육성 및 발전과 그 체계적 관리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한 경비업법에는 상당히 의문스러운 조항이 하나 있다.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 시 필요적으로 허가를 취소한다는 규정이다.

경비업법은 과거 1970년대에 제정된 용역경비업법이 그 모태인데 1999년경 법령 명칭이 경비업법으로 변경됐다.

우선 경비업법 중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경비업무 외의 업무 범위 안에 통상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일부 수행하는 재활용품 수거 및 택배 수령 등의 업무가 해당되는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입주민들의 최초 입주 시에는 물론 그 후의 일상생활 동안 경비원이 위 업무를 일부 수행하고 있는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경비업법의 표면적 문언에 의하면 이러한 업무는 경비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지만,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 등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어 재활용품 수거 및 택배 수령 등 업무가 부당한 지시나 명령인지는 의문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개정된 서울시 관리규약준칙에서도 계약에 따라 위 업무 등을 경비원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둬 타협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해석상 논란이 있기에 경비업법에서 경비 업무 외의 업무 범위에 대해 상세한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비춰 재활용품 수거 및 택배 수령 등의 업무를 경비원이 수행하든, 아니면 입주민 중에 특별 인원을 채용하든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경비업법에는 경비 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경비업자는 필요적으로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의 경우 현재 경비 업무 외의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다. 또 용역경비업법 및 현 경비업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경비 업무 외의 업무 범위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취소 규정을 둔 것은 법익의 균형성 및 상당성 측면에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경비업법 자체가 현대의 법 감각과는 맞지 않고 동떨어져 있다고 보이는 바, 조속히 전반적으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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