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판결

원심, 직원 등 위해 썼다며
횡령죄 불인정

항소심은 “제한 용도 외 사용,
횡령죄 성립”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중계기설치장소 임대료를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지 않고 직원간식비용 등에 임의로 사용한 관리소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업무상횡령죄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고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고등법원(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은 업무상횡령, 배임수재, 건설산업기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와 건설산업기본법위반,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체 대표이사 C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A씨의 업무상횡령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관리규약은 월별로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의 징수·사용·보관 및 예치 등에 관한 장부를 작성해 이를 증빙자료와 함께 보관하고, 잡수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은 예산이 부족한 관리비의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해당 연도의 관리비 예산 총액의 100분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적립하며, 남은 잔액은 장충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관리소장 B씨는 통신회사들이 아파트 옥상에 중계기를 설치하고 낸 임대료 중 6191만여원을 장충금에 적립하지 않고 수입 내역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채 아파트 잡수입 계좌가 아닌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계좌에 입금해 임의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원심은 “중계기설치장소 임대료가 입금된 B씨 명의의 예금계좌 거래내역에 의하면 직원간식비용, 청소원추석선물, 방충망, 종무식경비 등 아파트를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B씨가 사적으로 거래한 내역은 나타나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 B씨가 위 6191만여원을 불법영득의사에 기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타인으로부터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경우에는 그 사용행위 자체가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함이 원칙”이라며 “피고인 B씨가 중계기설치장소 임대료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충금은 A아파트 관리규약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용도로만 사용돼야 하는 것으로 용도나 목적이 엄격히 제한된 자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중계기 임대료를 위와 같이 지출함에 있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 등을 통한 관여가 있었다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함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라 할 것인 바, 원심의 판단에는 횡령죄에 있어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 중 B씨 부분을 파기, “피고인 B씨를 징역 1년에 처하고, 피고인 B씨로부터 5000만원을 추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건설업자 C씨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는 C씨와 검사의 항소는 기각됐다. C씨는 입찰금액을 담합하는 방법으로 각종 공사를 수주받은 다음 반복적으로 일괄 하도급을 하고, 공사 낙찰 대가로 관리소장 B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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