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

‘경비업무 외 업무 금지’ 규정
재량권 허용 안돼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택배관리 등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하게 해 내린 경비업 취소처분은 경비업법상 허가관청의 재량권이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으로서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이천시 A아파트 경비업체 B사가 “2018년 7월 18일 내린 경비업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경기도남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비업체의 처분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7년 4월 A아파트와 경비도급계약을 체결, 이 아파트 시설경비업무를 수행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B사는 단지 내 경비순찰, 주차통제관리, 택배관리, 제초 및 전지작업 보조, 제설작업 보조, 재활용정리 및 간단한 청소, 기타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에서 근무한 B사 소속 경비원 4명은 택배관리, 제초, 전지작업 보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018년 7월 18일 ‘2017년 5월 1일부터 이 아파트에 배치한 경비원 D씨 등 4명에게 경비업무 외 업무인 택배관리, 제초 및 전지작업 보조, 쓰레기 분리수거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해 경비업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B사의 경비업 허가를 취소했다.

B사는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18년 12월 18일 이를 기각하는 재결을 했다.

B사는 “아파트 택배관리 등 업무가 경비업무 외의 업무더라도 아파트 경비원들이 경비업무 외의 아파트 관리 관련 업무도 수행하고 있는 경비업의 실태, 경비원들이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오히려 경비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고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비업법 제19조 제1항 제2호의 경우 허가관청이 경비업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재량행위로 봐야 한다”며 “경기도남부지방경찰청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B사 소속 경비원들이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경비업 허가취소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비업법상 경비업무 외의 업무 수행을 이유로 한 허가관청의 경비업 허가취소는 기속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며 B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속행위란 법규의 집행에 대해 행정청의 재량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이다. 경비업법 제19조 제1항 및 제7조 제5항에 따르면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되며, 허가관청은 경비업자가 이를 위반해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때 그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경비업법 제19조 제1항이 각 호에 해당하는 때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고, 제2항이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해 허가취소 또는 영업정지의 범위‧기간에 관해 재량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과 명확히 구분된다”며 “경비업법 제19조 제1항 각 호의 사유는 제2호 외에 허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때, 경비업 및 경비관련업 외의 영업을 한 때 등이고, 제2항 각 호의 사유는 ▲지방경찰청장의 허가 없이 경비업무를 변경한 때 ▲도급을 의뢰받은 경비업무가 위법한 것임에도 이를 거부하지 않은 때 ▲경비원의 복장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때 등으로서 제1항 각 호에서 제2항 각 호보다 제재의 필요가 중한 사유들을 정하고 있음도 분명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경비업법 제2조 제1항 가목은 시설경비업무를 ‘경비를 필요로 하는 시설 및 장소에서의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로 정의하고 있다”며 “아파트 택배관리, 제초, 전지작업 보조, 쓰레기 분리수거와 같은 업무는 이 규정에서 말하는 위험발생 방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시설경비업무 또는 그에 부수한 업무로 볼 수 없어, 이 아파트에서 근무한 원고 B사 소속 경비원들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수행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B사는 ‘경비업법 제19조 제1항 제2호(경비업무 외 업무 금지)의 경우 허가 취소가 기속행위라면 이 규정은 법익의 균형성 등을 갖추지 못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이므로 이에 근거한 처분도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법률의 규정이 위헌인지는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규정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경비업의 특성을 고려해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에만 충실하게 하려는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경비원을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경우 경비업자의 경비업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B사는 또 “공동주택 경비업계의 현실과 실질적으로 관리소장이 경비원들의 업무를 지휘하는 점 등 특수한 사정, A아파트와 B사 사이의 경비용역계약의 성질을 도급이 아닌 위임으로 볼 경우 아파트 측에서 B사에 경비업무의 수행방법 등에 관해 광범위한 지도‧감독을 행할 수 있어 허가취소는 가혹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 B사가 계약서 자체에서 경비업무가 아닌 업무를 경비원들의 업무로 명시하기까지 한 점 등을 볼 때 원고 B사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로 하여금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했다”며 “경비업법 제19조 제1항 제2호의 사유가 존재하고 이 규정은 기속행위인 이상, 피고 경찰청장으로서는 원고 B사의 경비업 허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다른 사정을 들어 더 가벼운 처분을 하거나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경찰청장이 원고 B사에 2018년 7월 18일 내린 경비업허가 취소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B사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B사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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