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온 나라가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큰 골칫거리 하나가 일단 뒤로 미뤄졌다.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다른 일을 못하도록 하는 경찰 단속 지침이 내년으로 연기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공동주택관리업자에 대한 경비업법 계도기간을 12월 말까지로 연장한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해 말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올해 5월 31일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 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지시했고, 일부 지역 경찰청은 관할 구역 아파트 단지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

이 계고를 전해들은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오랫동안 묵시적으로 관행처럼 양해돼 오던 것이 변화를 보인 계기는 2년 전의 법원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년 11월 16일 관할 지방경찰청에 허가·등록 없이 경비업을 운영한 주택관리업자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관리주체로 경비업무를 하더라도 경비업법에 의한 경비원의 배치 및 배치폐지 신고를 해야 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외 청소, 분리수거, 주차단속 등 다른 일을 시킬 경우 위법한 행위가 된다. 경비업법의 주무부서인 경찰청은 현행법 위반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경찰청의 단속 입장이 나온 후 관리업계는 이구동성으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한국주택관리협회는 공동주택 경비원을 경비업법 적용에서 제외 해달라고 의견서를 냈고, 대한주택관리사협회도 현실에 맞는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주관협은 경비원 대량해고, 입주민 주거비 추가 부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주자대표회의 단체들도 경비업법, 공동주택관리법 등 현실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비업법을 적용해 ‘법대로’ 단속을 강행할 경우 공동주택 분야에 미칠 영향은 단순치가 않다. 지금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라는 뜻이다.

규정대로 단속을 강행할 경우 전개될 양상은 특히 우려스럽다. 우선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신규 인력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동의가 어려운 경우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기계식 경비로의 대체와 인력을 줄이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 경우 일차 타깃은 고령층의 경비원들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등으로 불안한 고용사정에 걱정을 배가시키는 상황이 될 것이다. 또한 경비원들이 시설경비업무만을 수행하게 되면 현재와 같은 고령자 위주의 채용방식도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예측 가능하다.

어쨌든 계도기간의 연장으로 올 연말까지 7개월 유예돼 일단 다행이다. 아파트 경비원 업무 범위 제한 문제가 공론화 돼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경비원들에 대한 집단 교육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지금의 현실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보다는 관리업계의 어렵고, 진솔한 목소리가 더 정책에 반영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무쪼록 올해가 다 가기 전에 국토부와 경찰청, 공동주택 관리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과 방안을 도출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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