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확정 판결···법원 ‘부당해고’ 판단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업무 지시 불이행, 근태불량, 다른 직원에게 ‘자기야’ 호칭을 써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등의 이유로 아파트 위탁관리업체가 직원을 해고한 것에 법원은 이 호칭이 성희롱이 아닌 친근함 표현으로 봐 해고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업무 지시 불이행 등 일부 해고사유에 대해 증거가 없거나 과한 처분이라며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서초구 A아파트 위탁관리업체 B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8년 1월 ‘전기업무 지시 불이행 및 업무지연, 근태불량, 타직원에게 성적 수치심 유발’ 등의 사유로 A아파트 전기직원 C씨를 해고했다.

C씨는 ‘B사의 해고는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지노위는 “징계사유 중 업무지시 불이행 및 업무지연, 근태불량 등은 인정되나 성희롱 발언은 인정되지 않고 해고는 징계양정이 과도해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B사는 초심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으나, 중앙노동위도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B사는 “재심판정은 성희롱 피해자인 직원 D씨의 구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을 부당히 배척해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C씨의 성희롱 내용과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고려할 때 해고의 징계양정은 과도하지 않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일부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원고 B사가 징계의결요구서 등에서 특정한 전기직원 C씨의 업무지시 불이행 사항 중 세대 램프 교체내역을 제때 제출하지 않아 업무가 지연됐다는 점, 승강기 누수사태와 관련해 작업도구 전달 지시 미이행 부분과 근무 중 음주 부분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어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성희롱 부분에 대해 “C씨가 다수 여성 직원들에게 ‘언니야’, ‘자기야’라는 호칭을 사용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 호칭이 그 내용 자체로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친근함을 나타내는 호칭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며 “이 호칭으로 대화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B사는 C씨가 직원 D씨에게 신체에 대한 성희롱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C씨가 성희롱 언행을 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D씨는 C씨가 본인에게 ‘자기야’ 등 호칭을 사용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원고 B사에 제출했는데 사실확인서에는 다른 성희롱 언행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고, 신체에 대한 성희롱 등 언행까지 포함하고 있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것은 전기팀장이 원고 B사에 C씨에 대한 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한 이후의 일”이라며 “또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성희롱 언행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시기가 특정돼 있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며, 전기팀 근로자 2명이 C씨가 D씨에게 성희롱 언행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사실확인서 기재만으로는 징계사유가 뒷받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D씨의 남편은 자신과 D씨가 있는 자리에서 C씨가 신체에 대한 성희롱 언행을 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했으나, 이는 C씨에 대한 징계절차가 모두 종료된 후 비로소 작성됐고 노동위원회 심리단계에서 이미 작성돼 있었는데도 노동위원회에 제출되지 않았으며,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기재 내용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이와 함께 “징계사유 중 ‘근무지 이탈’은 1회에 그쳤고 구체적인 경위에 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근태불량’ 부분에는 “원고 B사는 C씨와 비슷한 수준의 근태를 보인 근로자들에 대해 징계를 한 적이 없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지문인식 시스템을 통해 전 직원의 근태를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았으므로 중한 징계사유는 아니다’라고 진술한 점 등을 C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씨가 3년 7개월간 재직하면서 징계를 받거나 문제를 발생시킨 사실이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B사의 취업규칙은 ▲계속해 3일 이상 무단결근하거나 월간 5일 이상 무단결근한 자 ▲업무태만으로 회사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경우 ▲근무성적이 불량해 입주민의 민원이 발생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직원교체 또는 입주민 30세대 이상의 연대서명으로 해임 요청을 받았을 때 등을 근로자에 대한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C씨의 근로계약서에 ▲도박 및 풍기문란 등 직장 규율 문란 등과 폭행, 파괴, 태업, 폭동 등 불미한 행위를 했을 때 ▲업무 불성실로 견책 이상의 징계를 3회 이상 받았을 때 등을 근로계약 해지사유로 명시했다.

이를 이유로 재판부는 “C씨가 해고사유나 해지사유를 충족할 정도로 원고 B사의 기업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B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11일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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