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사에서 승강기가 생활의 일부 된지 오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대표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승강기 설치 아닐까.

승강기는 가히 철인과 같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다른 설비에 비해 상당히 악조건에서 운행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서 유지·관리해야 한다. 관리주체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승강기는 기계이기에 수명이 있다. 적정한 기한이 지나면 안전을 위해 교체해야 한다. 공동주택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해 승강기 교체 등에 사용한다.

얼마 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노후 승강기 교체를 위해 관리비가 인상되자 1층 입주민이 소송을 냈다. 지하주차장도 없어 승강기를 쓸 일이 없는데 다른 세대와 똑같은 금액을 부담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준공 당시 설치된 낡은 승강기를 교체하기 위해 장충금을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승강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1·2층 주민에게도 균등하게 인상분을 부과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전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에 응한 입주민 가운데 절반이 넘은 수가 ‘균등 부과’안을 선택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입주민들이 1·2층 주민을 장충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어도 인상률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입대의는 ‘균등 부과’가 과반으로 나온 설문 결과를 근거로 장충금 부과를 강행했다. 그러자 1·2층 주민들이 이같은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발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법원은 이의제기가 일리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1층 입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입대의는 1·2층 입주자의 입장, 균등·차등 부과의 장단점, 다른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에게 충분히 알린 후 합리적으로 결정했어야 하지만 추가 의견수렴 없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했다”며 “원고에게 장충금을 인상해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혼선이 빚어졌다. 그동안 관리현장에서는 노후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충금을 층수와 관계없이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유권해석을 통해 “장충금은 해당 공동주택을 공유하는 전체 소유자에 대해 주택공급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해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고,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는 저층세대라고 해 승강기에 대한 장충금을 면제 또는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2년여 전에도 유사한 소송이 있었다. 당시 법원은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입주민도 승강기 교체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이 아파트에서는 균등 부담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1층 거주 세대는 승강기 교체비용의 40%, 2층 세대는 교체비용의 60%를 차등 부담하는 것으로 해 징수키로 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관리업계에서는 최근 판결이 공동주택 관리제도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주관협은 ‘장충금 부담 원칙이 오랜 기간 걸쳐 정착된 제도’라며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리규약 등에 근거해 승강기 등 장충금은 그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지분배율에 따라 모든 소유자가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특정 사안, 절차적 흠결 등에 대한 지적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아 관리현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