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관리비 횡령·비리’ 문제점과 해결방안

‘안일한 업무처리’ 한 목소리
“자치관리라 감독 소홀” 지적도

서울 노원구 A아파트에서 수도관 교체공사 중 경리직원이 공사비 입금을 하지 않은 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인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횡령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무처리에 있어 원리와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동시에 수시 감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노원구 A아파트에서 경리직원이 장기수선충당금을 횡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감독 책임 추궁에 관리소장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수도관 교체공사를 하던 중 관리소장이 경리직원에게 공사업체에 중도금 지급을 명했으나 공사비가 입금되지 않았다는 업체의 연락에 횡령사실이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 회계의 업무처리 과정은 ▲관리주체가 사업계획 수립 및 예산편성 ▲입주자대표회의가 심의·의결 ▲관리주체가 집행 후 아파트 홈페이지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관리비 등 공개 ▲관리주체가 세입·세출결산서 작성·보고 후 대표회의가 분석·공시 ▲변경사유 발생 시 변경예산 편성 보고 후 심의·의결 ▲결산서 작성 및 제출 후 승인 의결 ▲승인 시 내용 홈페이지 공개 또는 개별 통지 ▲회계연도 종료 후 9개월 이내 외부회계감사 수감 ▲외부회계감사인이 관리주체에 감사보고서 제출 후 감사결과를 지자체장에게 제출 ▲감사 결과 대표회의에 보고 및 홈페이지·K-apt에 공개 순이다.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4조 제3항에 따라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부과·징수·지출·보관 등 회계 관계 업무와 관리업무 전반에 대해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은 입주자대표회의를 4명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하면서 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할 만큼 관리에 대한 내부 감시·감독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외부회계감사를 매년 1회 이상 받아야 한다. 다만, 입주자등 3분의 2 이상이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로 서면 동의한 연도에는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300세대 미만 의무관리단지는 입주자등 10분의 1 이상이 연서해 요구한 경우, 대표회의에서 의결해 요구한 경우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의해 회계처리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 내부감사 및 외부회계감사가 이뤄짐에도 A아파트에서 7억여원의 횡령사고가 나타나 관리주체 및 대표회의에 대한 여론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아파트의 관리방식이 자치관리여서 감시·감독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감시·감독 역할을 대표회의에만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위탁관리 방식의 아파트의 경우 위탁관리업체가 해당 아파트의 월 결산 보고를 받으면서 잔액증명서와 재무제표 등 증빙서류를 제출받는다. 서류를 분석한 결과 만약 회계상 문제가 발생하면 업체는 우선 아파트에 직원의 과실 또는 비위에 따른 배상을 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결과 고의성이 있다면 입주자대표회의에 보고하고 직원에 책임을 묻는다. 고의가 아닌 실수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지에 경고를 준 후 본사에서 직원을 파견해 재교육과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다. 또 회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관리업체 측은 이러한 감시·감독이 관리직원들로 하여금 업무처리에 압박감을 줘 횡령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리·원칙 지키는 것이 예방책”
‘수시감사·감독책임 강화’도
이와 함께 관리사무소에서 직원들이 매일 얼굴을 마주보며 근무하면서 업무처리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이로 인해 원칙을 어기고 안일하게 업무를 맡기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경리직원과 관리소장은 A아파트에서 8년간 함께 근무해왔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임한수 권익법제국장은 “공동주택 회계처리기준, 외부회계감사에 지자체 감사, 내부감사까지 진행되는 시점에 비리를 발견하지 못한 제도상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함께 오래 일하다보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 안일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게 되고, 그 틈에서 비리가 발생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율산개발 김경렬 사장도 “관리소장이 업무 집행에 사용하는 직인을 업무 효율성 및 신뢰를 이유로 경리직원에게 맡기면서 업무처리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관행이 더러 있다”며 “회계 감시·감독제도 미비보다도 현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횡령사고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관리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업무처리에 있어 복잡하더라도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이 횡령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또한 김경렬 사장은 “법에서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업무집행 시 확인을 제대로 안 하거나 관리주체만 믿고 신경을 덜 쓰는 경우가 있다”며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의 책임 강화와 함께 ▲관리업체의 불시 점검 시스템 도입 ▲외부회계전문가의 회계 상시 확인 시스템 도입 ▲관리소장의 감독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구성 시 ‘감사 외에 자문을 위한 외부전문가(회계사, 세무사 등)를 명예감사로 위촉할 수 있다’고 정한 것과 경기도 준칙에서 대표회의 의결로 감사·공사 등 자문을 위해 전문가를 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례를 들어 “회계 전문가를 위촉하거나 고문 제도가 도입된다면 비리 행동을 자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현재 회계감사제도에 구멍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김원일 수석부회장은 “외부회계감사·내부감사는 허울만 그럴 듯 하고 실제로는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전문지식이 부족한 대표회의가 실시한 자체감사에서 횡령이 드러날 가능성이 적고 외부회계감사에서도 횡령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징계가 어려워 오히려 관리주체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수석부회장은 “제대로 된 내부감사가 이뤄지려면 동대표의 회계 등 관리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동대표 중임제한 제도를 폐지해 초보 동대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기존의 중임제 폐지 입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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