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부품화최근 우리나라에서 주택 생산방식의 새로운 방향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모듈러 주택이며, 사용방식으로 대표되고 있는 것이 장수명 주택이다. 모듈러 주택과 장수명 주택의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이 구성재의 부품화다. 이 두 가지 유형의 주택은 구성재의 부품화가 이뤄져야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국내의 일반적인 주택건설방식은 현장중심의 습식공법이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생산모듈의 현장 조립으로 주택생산방식은 기존과 다른 변화를 담고 있다. 모듈러 주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공업화주택이나 시스템 주택, 프리패브 주택 등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성행한 콘크리트 대형 패널방식이나 철골조와 목조의 부품화를 기반으로 한 방식이었다. 생산의 효율화와 합리화를 위해 설계와 시공의 표준화, 치수와 성능의 표준화 연구가 바탕이 된 주택의 구성재가 부품으로 생산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었다. 도시화로 인한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량생산과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채택됐다. 영국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건축이나 프랑스 독일, 동부유럽 등에서 PC(Precast Concrete)주택이 성행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학교, 사무소, 주택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표준화와 부품화 연구가 이뤄졌으며, 주택부품개발센터와 건축센터 등이 설립됐다. 동시에 부품을 중심으로 기둥과 같은 선재, 벽체와 같은 면재, 화장실이나 부엌과 같은 유니트(입체재)의 부품화가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모든 주택에 공유할 수 있는 부품으로서 오픈 부품화론(Open system 이론)과 시스템 빌딩 연구 바탕 위에서 정책과 실무에 반영됐다. 아울러 인슈시스템과 같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인필형 모듈러 시스템이 개발돼 시공되기도 했고, 패널형을 중심으로 하는 세끼스이 하우스, 미사와 홈 등의 시스템과 세끼스이 하임, 토요타 주택과 같은 유니트형 즉 요즘의 모듈러형태로 고급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한 소위 메이커 주택이 나타나게 돼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생산을 위한 공장은 자동차 조립공장과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프레임의 생산시스템 구축과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부품의 조립이 이뤄진다. 여기에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듈러를 구성하는 자재나 부재의 부품화를 기반으로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모듈러 시스템이 정착한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부품화와 생산 자동화 시스템의 구축이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의 모듈러 주택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은 발전이 더딜 뿐만 아니라, 소형주택 단위에 머물고 있다. 공장생산이라고 하지만 수공업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고비용이고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요확보를 전제로 한 초기 대규모 설비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국내의 현상으로 볼 때 아직은 한계가 있다. 모듈조립 시스템은 철강재를 중심으로 하는 박스시스템으로, 모듈을 쌓아올리는 적층시스템과 구조체 속에 끼워 넣는 인필시스템이 소규모로 시장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공장 생산시스템은 자동화 되지 않은 초기단계의 조립시스템이고 사용되는 구성재도 표준화·부품화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공장생산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인 경우는 하부시스템의 구축이 기존의 콘크리트 습식시스템의 부대공사가 비용을 비싸게 하는 요인이 된다. 13층 정도의 중고층 모듈러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고, 재료와 공법의 다양화를 위한 관점으로 OSC(Off-Site Construction)라는 개념으로 박스 형태만이 아닌 패널형태나 하이브리드 형태가 거론되고, 철강재 외에 콘크리트계열이나 목재, 이들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계열이라든지 다양한 가능성을 위한 개발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공기 단축, 폐기물 절감, 고소작업의 절감, 현장 소음경감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층화의 한계, 성능과 비용의 한계, 가변성의 한계도 발전시켜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대형콘크리트 패널 시스템은 1990년대 일시 유행했으나 성능과 시공의 한계, 공간구성의 고정성 등으로 사라졌다가 주택시공 여건 변화로 최근 다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열풍과 더불어 스마트 모듈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기반의 구축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올 9월에는 장수명 주택 실증동이 세종시에서 준공됐다. 장수명 주택은 100년간 사용을 목표로 기존의 시스템과는 차별화되는 장기간 사용과 사용방식의 변화를 기대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주택건설방식이 건설 후의 사용과 유지관리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면, 장수명 주택은 장기간의 사용에 중점을 둔 개념으로 거주자 맞춤형(가변성)과 유지관리 및 리모델링의 용이성을 바탕으로 사용의 변혁을 지향한 방식이다. 장수명 주택도 내부공간은 가변성을 가져야 하며, 구성재는 표준화와 부품화가 이뤄져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기존주택에서 일반화된 습식공법은 벗어났으나 아직 인필(내장과 전용설비)의 부품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건설업체의 벽식구조 시스템의 탈피와 초기비용 상승이라는 인식의 한계와 더불어 인필 부품 개발 미흡, 부품화 전환에 대한 생산여건의 한계 등으로 효율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수명 주택의 개념도 196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970년대에 거주자 요구의 다양성과 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간의 가변성과 호환성 등을 위해 공장생산된 부품사용을 전제로 발전했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연구,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연구와 건설이 이뤄졌고, 세계적인 흐름의 연구그룹이 결성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인필(천장, 바닥, 벽체 등 내장과 화장실, 부엌 시스템 등 전용설비) 부분은 공장생산된 부품을 중심으로 연구와 생산과 주택에 적용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종합인필시스템인 마투라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과 일본의 주택판넬공업협동조합의 내장시스템을 위시한 다양한 시스템이 구축돼 시판되고 있다. 우량 주택부품 개발유도와 인정을 위한 시스템으로 BL(Better Living) 인정제도가 1970년대부터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수명 주택 시장 역시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기반이 되는 인필은 실증주택에서 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화 시공단계에 그친 상태고, 바닥온돌은 경량기포콘크리트를 사용해 시공했으며, 부품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두 가지 타입의 주택뿐만 아니라 일반주택 시장과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설계와 구성재의 표준화와 부품화다. 유럽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대량생산이 필요했던 시기에 어느 정도 표준화와 부품화가 자리를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량생산이 이뤄졌고, 대량생산에서 오는 획일화에서 탈피해 다양화가 필요할 때 다품종 소량생산의 근저에도 부품화가 기본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0년대 대량공급이 필요했던 시절에 설계와 시공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들이 이뤄졌고, KS규격의 개정을 위한 노력들이 이뤄졌으나, 설계와 생산, 시공현장에서 이러한 흐름이 정착되지 못했다. 여전히 싼 노동력과 현장중심의 습식공법을 넘어서지 못했고, 건설현장의 여건이 급격하게 변화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존 방식이 고수되고 있다. 기능인력이 고령화(40대 이상 80%)되고, 생산성은 지극히 낮아 1970년대 비해 매년 평균 1.7% 감소(1947년의 건설생산과 동일한 수준)하고, 작업 낭비시간도 제조업에 비해 극히 낮다는 보고가 있는 정도로 후진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요한 것이 주택 및 건축구성재의 공장생산이고, 그 기반을 이루는 것이 표준화와 부품화다. 이제부터라도 공장에서 먼저 생산할 수 있는 주택 구성재를 부품화하는 것 즉 프리패브 시스템(Prefabrication System)화로 전환하는 일이다. 부품화를 통해 현장의 작업을 최소화하고, 성능을 향상시키며, 비용도 줄이고 사용도 편리해질 수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21세기가 한참 지난 이 시점에서 선진국에서 1970년대부터 지속돼온 점을 비춰볼 때 부품화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주택건설산업도 더 이상 현장 산업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공장생산의 제조업과 연휴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볼 때가 왔다. 그것이 주택건설산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니 비싸고 비싸니 개발하지 않으며, 개발하지 않으니 시판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생산방식과 사용방식의 효율화와 합리화, 나아가서 건설산업의 선진화, 새로운 일자리를 위해서도 부품화로 방향을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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