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최소감사시간 결정·통지했을 뿐
가격결정 기준 제시 아냐“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지난 2015년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제도 시행과정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법인들에 타임차지방식으로 최소감사시간 100시간 준수를 명령한 것에 대해 법원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2018년 8월 17일 의결로 내린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제도는 1983년 6월 10월 중앙집중식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되다가 1998년 12월 31일 폐지됐으나 약 60% 이상의 국민들이 공동주택에서 거주함에 따라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규모가 연간 약 10조원에 이르는 등 공동주택 관리 운영문제가 국민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의 투명한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2015년 1월 1일 법률 개정으로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의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제도도입 초기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법인들에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준수할 것을 통지하면서 낙찰된 가격으로는 회계감사를 이행할 수 없다며 낙찰된 회계법인으로부터 계약을 파기 당하는 아파트들이 속출해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19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행위금지명령 및 법 위반사실에 대한 공표를 명령하고 5억원의 과징금과 한공회 및 상근부회장(당시 공동주택 TF위원장) A씨, 심리위원 B씨(당시 공동주택 TF 감사보수 현실화 담당위원)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공동주택 회계감사 품질 제고를 위한 중점심리대상 선정의 기준으로 적정 감사시간을 논의했을 뿐 시간당 임률에 감사투입시간을 곱해 사후적으로 감사보수가 정해지는 소위 타임차지(Time-Charge) 방식에 의해 감사보수를 산정하도록 결정하지 않았다”며 부당한 가격경쟁행위가 아니라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최소감사시간을 결정·통지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의 가격결정의 기준을 제시했다거나 회계법인 사업자들 사이에 공인회계사회가 정한 기준을 준수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돼 구성사업자들의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동주택 TF의 결정 및 통지를 통해 최소감사시간을 결정·통지한 것을 넘어 감사보수 산정방식(타임차지 방식)까지 결정·통지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며 “공동주택 TF가 최소감시시간 외에 감사보수에 관해서는 의결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이 사건 통지 내용에도 감사보수에 관한 내용은 없는 점에 더해 보면 원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구체적인 감사보수 산정방식(타임차지 방식)까지 결정해 구성사업자들에게 통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원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구성사업자들에게 최소감사기간을 결정통지한 것만으로는 투입한 감사시간에 상응하는 일정한 수준으로 감사보수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없고, 구성사업자들 역시 최소감사시간을 통지받은 것만으로는 어느 수준으로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우므로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공동인식을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평균 보수의 증가가 이 사건 통지로 인해 원고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구성사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형성함으로써 발생한 결과라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인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 공인회계사회의 나머지 주장에 관해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 지난달 11일 상고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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