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확정 판결

경쟁입찰 참가비용에 불과해
손해배상 책임은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급수배관 공사업체 선정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문제를 일으킨 업체’를 입찰제한사유로 추가한 것에 대해 법원이 선정지침상 입찰제한사유 외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입찰제한사유 설정 절차 및 판단기준이 불분명해 이를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이 제한사유로 낙찰자가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최기상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 도봉구 A아파트 급수배관 공사업체 선정 입찰에 참가했던 공사업체 B사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대표회장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B사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을 인정, B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급수배관 교체공사의 사업자 선정을 위해 제한경쟁입찰의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했다. 대표회의는 2017년 4월 3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참가한 업체들에 현장설명서와 입찰유의서를 배부·열람토록 했고, 이 입찰에 B사를 포함해 7개 업체가 참가했다.

대표회의가 배부한 입찰유의서에는 ‘공사진행과정에서 발주자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문제를 일으킨 업체’를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로 담았다. 대표회의는 B사가 이에 해당한다며 B사 등 3개 업체의 참가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4개 업체만 입찰에 참가, 대표회의는 B사가 참석한 가운데 참가업체 중 최저가격인 D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B사는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대표회의가 추가한 제한사유는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자체로 위법하다”며 “B사가 7개 업체 중 최저가로 입찰로 입찰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입찰참가제한 사유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 “사업자 선정지침상 입찰제한사유를 한정적 열거사유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사업자 선정지침에 예시한 사유외의 사유를 입찰참가자격요건으로 추가하더라도 그것이 경쟁입찰을 회피하는 등 관계법령을 잠탈한 목적이 아닌 한 허용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A아파트 대표회의가 추가한 입찰제한사유는 형식절차 및 내용과 판단기준면에서 선정지침 등 공동주택관리법령을 위반했으므로 이를 통해 B사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선정지침을 위반해 입찰공고가 아닌 현장설명회의 입찰유의서에 비로소 제한 사유를 기재했다”며 “그 내용도 ‘공사진행과정에서 발주자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문제를 일으킨 업체’로 돼 있어 문언 자체로는 사전 통제인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인지 아니면 사후에 통제하겠다는 제한사유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제’와 관련해 문제의 종류나 범위가 어떤 것인지, 문제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다”며 “피고들 스스로도 ‘아파트 입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의 분쟁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사업체’ 사이의 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제한사유에 기재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입찰참가신청자가 ‘문제’를 일으킨 업체인지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 입찰공고는 물론 현장설명서나 입찰유의서에 조차 아무런 기재가 없고 달리 미리 고지된 정황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B사에 대한 대표회의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B사는 “부당하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최저가격에 응찰한 자신이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했으므로 공사원가 중 책정된 이윤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고 신용 및 명예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았거나 재산상 손해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재산상 손해 6332만4668만원, 위자료 2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B사는 입찰참가신청을 한 후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됐는지 모른 채 전자입찰시스템을 통해 응찰만 한 상태였고 피고들이 이와 같은 원고 B사에 계약체결은 물론 낙찰에 관한 확실한 기대·신뢰를 부여한 적도 없다”며 “설령 원고 B사가 입찰참가신청과 응찰 과정에 지출한 비용이 있더라도 이는 계약체계에 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 상태에서 낙찰이 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제출한 경쟁입찰 참가비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원고 B사가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기 전 피고들이 원고 B사에 적극적으로 요구해 원고 B사가 어떤 비용을 지출했거나 원고 지출 비용의 보전에 관한 교섭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다”며 “더불어 피고들이 원고 B사가 입찰제한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단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 결과적으로 낙찰자가 되지 못했어도 그것만으로 곧 원고 B사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돼 법인인 원고 B사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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