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대표 '관리 참여 경험담' (1) : A아파트 맹성호 입주자대표회장

“조망권을 확보해달라!”
“일조권을 달라!”
“소음, 분진을 막아달라!”

창밖의 시끄러움에 발코니 큰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아파트 인라인장을 가득 메운 플래카드를 든 동네 아주머니들. 우리 아파트 100여m 앞 길 건너에 B건설에서 조합아파트를 짓던 중 자금사정으로 부도 후 C건설에서 인수받아 새롭게 건설을 계속하려는 개발조합을 상대로 데모를 하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시간을 정해 주민들이 조를 정해 시위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이들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며칠을 봤지만 이대로 우리 동 앞의 시끄러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고 15층에 사는 내 귀에 들리는 소음도 너무나 시끄러웠다.

관여하지 말라는 집사람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사건 속으로 한두 발 다가가다 결국엔 깊숙이 아주 깊숙이 빠져 들어갔다. 결론은 뻔했다.

“보상금을 달라. 그것도 많이 달라.”
“못주겠다. 맘대로 하라. 우린 법대로 하겠다.”

말, 말, 구호로만 시끄럽게 떠드는 상황 속에 건설사 측의 끝없는 시간벌기 상황이었다.

내게도 일조권 빼고는 다 해당되는 손해보는 상황이었으나 앞장선 리더 아주머니로서는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 같지 않아 나섰다.

“이것 보세요들~! 허구헌날 이거 뭐 하시는 겁니까?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옆줄 사람은 뒷짐지고 있는데…. 모두 헛고생 같았다.

더구나 인터넷은 물론 여기저기를 알아봐도 조망권 같은 경우, 가리는 쪽의 힘이 세면 재판을 해도 약자가 진다는 공공연한 의견이 분분하던 시절. 실제로 그 당시 어느 신문엔가 어느 유명 연예인이 새집을 짓는 바람에 응달집이 되버린 뒷쪽 연립건물들…. 결론은 가림당하는 힘없는 쪽이 재판에 졌다는 기사다.

그렇게 2주쯤 끌다 몇 사람의 권유에 의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법의 공식에 따른 금액 보상으로 일조권 보상 합의와 햇빛 차단으로 문제가 된 인라인장은 새로운 조경과 재도장으로 마무리했다.

흉물스럽던 부도난 아파트는 현재 보기 좋게 지어졌고 새로운 조경과 재도장으로 깨끗이 정리 정돈된 내집 앞을 보게 됐다. 이로 인해 D시장으로부터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줘 고맙다는 인사도 받게 됐다.

그 후 60대 후반인 나는 관리실과 통장의 권유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대표를 하게 됐다. 한 달에 한번씩 10여명의 대표가 모여 아파트 관리비 부과내역서 심의의 건을 비롯해 입주민이 부담하는 아파트 관리비의 씀씀이를 관리감독하게 되면서부터 주택법의 문제점은 물론 주민들 속에 있는 부녀회, 통장단, 노인회 등이 얽힌 복잡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어느 대기업의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장을 맡아 회의 때만 참석을 하던 우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이상한 회의 진행을 보면서, 나는 아파트 관리의 허술함을 발견하게 됐다.

우선 대표회장에 정중히 권했다.

“당신은 당신 회사의 부장 명함을 계속 유지하실 거요, 아님 아파트대표회장 명함을 고집하다 직장 명함을 놓을 겁니까?” 했더니 “왜 그러십니까?” 한다.

“당신 지금 보아하니 통장의 코치를 받고 허수아비 노릇하는 거 같은데,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는 연간 1억원이나 되는 잡수입을 누가 쓰는지 아는 거요?”라는 이야기를 이메일로 전했다.

어이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아파트엔 4명의 통장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대장 노릇을 하며 대표회의의 대표회장을 본인 입맛대로 시켜놓고 대표회장에겐 월 50만원의 ‘용돈’도 주면서 2000여 세대나 되는 큰 단지를 자기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으며 바르지 못한 짓을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우리 아파트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주민자치센터장(동장)은 돌아가며 주는 식의 일 잘한다는 추천으로 문제 많은 그 통장에게 시장상도 수상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며칠 후 열어본 내 메일 속에 들어온 그의 현명한 답변이었다.

그는 대기업의 부장으로 돌아가고 주민투표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내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막대한 이권을 누리며 7~8년간을 좌우한 몇몇 통장들이 반발했으나 그동안 잡수입 1억원 정도인 것을 정상적으로 공개입찰함으로써 2억원대의 잡수입을 거두게 되면서 잠잠해졌다. 주민들의 관리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동안 그 통장이 잡수입의 금원은 물론 차액만큼 뒷돈을 챙겼다는 결과이기도 하다.

7~8년간 잡수입을 운영했던 장부 자체가 없던 것이 그 증거였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큰 문제가 안 됐던 것은, 엉성(?)했던 관련 법과 주민의 절대적인 무관심 때문이었다는 게 내 결론이다. 그러던 중 2013년 6월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잡수입은 관리사무실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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