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부당해고 책임 입대의에
실질적 근로계약관계 살펴

서울행정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소장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자가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이례적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서울 송파구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던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피고로, A아파트 대표회의와 위탁관리회사 C사를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해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8월 22일 원고 B씨와 D사, 피고 보조참가인들 사이의 재심신청 사건에 관해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노동위 판정을 취소토록 한 것이다.

B씨는 C사와 2016년 9월 8일자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날부터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대표회의가 D사와 새로운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해 아파트 관리업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관리소장도 교체됐고, B씨는 지난해 2월 1일부터 더 이상 관리소장으로 근무할 수 없게 됐다. B씨가 관리소장직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C사나 D사, 대표회의 중 그 어느 곳에서도 B씨에 대한 해임 서면 통지 등 근로기준법상 해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그해 3월 17일 “D사 및 대표회의가 2017년 1월 31일 본인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후, 그해 4월 28일 “C도 2017년 1월 31일 본인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취지에서 C사를 피신청인으로 추가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그해 5월 12일 “D사 및 대표회의는 B씨의 사용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B씨의 D사 및 대표회의에 대한 구제신청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각하하고, B씨와 C사 사이의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의 만료로 종료됐으므로 B씨의 C사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한다”고 판정했다.

B씨는 그해 6월 22일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는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B씨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사용자인 대표회의가 해고절차를 지키지 않고 부당해고를 했으므로 이에 대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참가인 C사와 대표회의 간 관리계약서의 제3조 제1항은 ‘C사가 A아파트에 배치하는 관리소장은 C사의 대행인으로 본다’고 규정하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참가인 대표회의와 원고 B씨 사이에는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어 참가인 대표회의는 원고 B씨의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표회의가 B씨의 사용자인 근거에 대해 재판부는 먼저 근로관계의 본질적 요소인 임금을 대표회의가 직접 결정해 지급하고, C사와의 관리계약에서 ‘연차수당 및 퇴직금, 각종 보험료 및 교육비, 기타 피복 및 후생복리비용’의 지급의무도 대표회의에 있다고 정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대표회의의 임금지급을 단지 C사가 맡아야 하는 임금지급 절차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표회의가 C사로부터 관리소장 후보를 복수 추천받아 동대표들이 참여한 인사위원회 면접을 거쳐 B씨의 채용을 결정했고 ▲관리주체가 D사로 변경될 때에도 D사와의 관리계약서상 관리직원 고용 승계를 명시한 규정에 ‘관리소장은 제외’라는 내용을 추가한 점 등을 살펴, “대표회의는 단순히 관리소장으로 근무할 사람의 채용 과정에 관여한 정도를 넘어 근로관계 설정과 승계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표회의는 고용보험법상 피보험자인 원고 B씨의 사업주로서 고용보험법상의 법률관계 주체가 됐고, 지방세법상 B씨가 근무하는 관리사무소를 둔 자로서 법인균등할 주민세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등 B씨의 사용자임을 공적으로 외부에 표명했다”며 “대표회의가 C사와의 관리계약에 따라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위와 같은 사업주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C사와 원고 B씨가 체결한 근로계약은 형식적이고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C사가 사용자가 아님을 명시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C사가 B씨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고 근태관리를 했다거나 B씨가 C사에 업무상 보고를 했다는 등 C사가 B씨를 상당한 정도로 지휘‧감독했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음 ▲C사가 대표회의로부터 받은 위탁관리수수료는 월 20만원 남짓한 금원으로, 아파트 한 단지에 대한 위탁관리수수료라기보다 B씨를 대표회의에 소개하는 대가의 성격이 더욱 짙음 ▲C사는 B씨와 2015년 4월 23일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C사가 실질적 사용자라면 B씨의 근무장소가 A아파트로 변경된 것에 불과해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할 필요가 없음에도 2016년 9월 8일자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했음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참가인 대표회의가 원고 B씨의 실질적 사용자임이 인정되는 이상 대표회의가 지난해 1월 12일 아파트 관리업체를 교체하면서 B씨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해고에 해당함에도 대표회의는 B씨가 관리소장직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서면 통지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참가인 대표회의가 원고 B씨를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해고로서 무효이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 B씨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있어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중앙노동위와 대표회의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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