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 판결

주택화재보험금 지급한 보험사,
밥솥 제조회사에 구상금 청구

법원, 입주민 사용 부주의
여부 등 살펴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세대 내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입주자대표회의와 화재보험 계약을 맺은 보험사가 화재 원인을 입주민이 사용한 전기밥솥으로 지목하며 밥솥 제조회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상반된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정완)은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건물 및 일반 가재도구 등을 보험목적물로 한 주택화재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 B사가 전기밥솥 제조업체인 C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C사는 원고 B사에 4896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사는 2016년 2월 19일 A아파트 입주민 D씨 세대 내 전기밥솥이 있던 주방 쪽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보험금으로 D씨에게 그해 3월 24일과 4월 18일 각각 2363만여원을 지급하고,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는 그해 4월 18일 168만여원을 지급해 총 4896만여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B사는 “피보험자가 밥솥 제조회사 C사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B사가 대위 취득했으므로, C사는 B사에 4896만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D씨와 그의 처 E씨는 그해 6월 1일 C사를 상대로 “밥솥의 제조상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C사는 제조물책임법의 법리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D씨에게는 7482만여원, E씨에게는 1000만원의 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을 맡은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해 5월 31일 C사의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D씨가 보험사 B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을 공제한 다음, “피고 C사는 D씨에게 2741만여원(재산상 손해 2241만여원+위자료 500만원), E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고, 해당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됐다.

B사의 청구소송에 C사는 “이 사건 화재는 밥솥이 아닌 전자레인지에 의해 발생했고, 이는 피보험자 D씨 등이 이 사건 밥솥과 전자레인지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제조업자인 C사의 배타적 지배영역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C사는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인정되는 사정들에 대해, “이 사건 화재는 피고 C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밥솥의 좌측면 내부의 전선에서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형태의 발화는 이 사건 밥솥에 어떠한 제조상의 과실이 있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밥솥 상부에 놓여 있던 전자레인지의 전원코드 중 일부 단락흔은 밥솥 좌측에서 시작된 화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전자레인지는 화재 발화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D씨와 그의 처는 2011년경 이 사건 밥솥을 구입한 후 특별한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계속 사용해 온 점 ▲밥솥은 화재 당시 벽면에서 약 50cm 정도 떨어진 수납장의 아래쪽 수납공간에 놓여 있었던 점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별표3’ ‘품목별 품질보증기간 및 부품보유기간’에 기재된 부품보유기간(내구연한)을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전기압력밥솥의 경우 6년으로 돼 있으므로 일반 가정에서 전기밥솥을 약 5년간 사용했다는 이유만을 들어 소비자가 그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살펴, “D씨 등은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 밥솥을 그 본래의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었다고 추단할 수 있을 뿐, 이와 달리 밥솥을 비정상적으로 사용하거나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서울남부지방법원(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은 경남 진주시 F아파트 대표회의와 화재보험계약을 맺은 보험사 G사가 전기밥솥 제조업체 C사 및 C사와 생산물배상책임보험계약을 맺은 H사에 “입주민 세대의 전기밥솥 결함에 따른 화재로 G사가 대표회의에 지급한 화재보험금 1455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의 항소심(항소인 C사, H사)에서 C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C사와 H사는 연대해 원고 G사에 970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G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화재현장 감정 등 여러 사정에 비춰 보면, 이 사건 화재가 전기밥솥 제조자인 피고 C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전기밥솥의 결함이 추정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 사건 밥솥은 2006년경 제조된 제품인 바 화재발생 당시까지 약 9년 동안 사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A/S를 받은 이력도 존재하지 않는 점 ▲구입 후 장기간 사용한 경우 사용자의 관리나 사용환경에 따라 전원코드 연결선의 눌림‧꺾임 등으로 절연파괴 등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물이나 습기로 인한 누전의 위험이 있음에도 이 사건 전기밥솥이 싱크대 바로 옆에서 사용된 점을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전기밥솥 자체에 단락흔이나 기타 전기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과 같이 소실됐거나 유실된 전기밥솥 부분에서 누전이나 단락 등 전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기밥솥 자체의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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