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영상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CCTV 영상을 열람하고 제공받은 입주민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해당 영상을 제공한 관리소장에게는 벌금형의 선고 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조아라)은 최근 특정 입주민이 찍힌 아파트 CCTV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열람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구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와 입주민 C씨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선고심에서 “피고인 관리소장 B씨에 대한 벌금 3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피고인 입주민 C씨를 벌금 3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C씨는 A아파트 입주 전 온라인상의 E카페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같은 아파트 입주민 D씨가 C씨와 사이가 나빠진 뒤 다른 인터넷 카페에 C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리자 D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면서 C씨는 아파트 CCTV 영상을 확보해 그에 대한 증거자료로 수사기관 및 민사법원에 제출하고자 A아파트 관리소장 B씨에게 영상 열람 및 제공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관리소장 B씨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 및 1층 복도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D씨 등이 촬영된 영상자료인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인 D씨로부터 동의 받지 않고, 피고인 C씨에게 열람, 복제시키는 방법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C씨에 대해서는 “D씨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을 알면서도 CCTV 영상자료인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지적했다.

B씨와 C씨의 변호인은 “해당 영상만으로는 피해자 식별이 어려워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C씨가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제공한 것으로 관련 법규에서 규정하는 ‘정보제공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범죄에 대한 재판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C씨도 피해자 D씨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입주민 C씨가 작성한 열람신청서 및 해당 CCTV 영상에 일시, 장소가 명백히 특정되고, 피고인 C씨 부부와 피해자 D씨의 형상 및 움직임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정도”라며 “해당 영상은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관리소장 B씨는 영상 열람‧복사 전 C씨로부터 열람‧복사의 목적을 고지받았으므로, 열람‧복사 전 해당 영상을 확인함으로써 피해자 D씨를 특정할 수 있었고, 그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C씨는 D씨와 분쟁에서의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D씨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8조 제3항에서 관리주체에게 CCTV 촬영자료를 타인에게 열람, 제공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 규정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제3호) ▲범죄에 대한 재판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제4호)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를 확인할 수 없거나 범죄의 중대성 등의 사유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긴급성 및 보충성이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양형이유로 “피고인 관리소장 B씨에게 처벌 전력이 없는 점, B씨가 이 사건 개인정보를 피고인 C씨에게 제공하게 된 경위, 피고인 C씨와 피해자 D씨와의 분쟁 관계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